민주당의 내홍과 험로를 예고한 결과였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고 위례 대장동 개발, 성남 FC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하지만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장담한 것과 달리 이탈표가 적지 않았다. 표결 결과(찬성 139표, 반대 138표)를 놓고 보면 민주당 재적의원 169명 중 최소한 30명 이상이 대표 방탄 대열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 숫자다.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제헌국회 이후 이번이 67번째다. 가결률은 지금까지 24%(16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경우와 다른 동의안은 무게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제1당 대표가 자신의 과거 비리 혐의로 체포동의 표결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 당이 대표를 지킨다며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법 집행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양심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도 있지만 법치와 의회민주주의 퇴행을 부른 날이며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긴 순간이다.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와 진술이 차고 넘치는데도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것은 물론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사법사냥이라며 정부·여당 비난에만 매달렸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어제 “역대급 지역 토착 비리이며 공적 외형을 갖춘 범죄 행각”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그에게 정통 야당의 혼과 사명을 잊은 채 끌려다닌 민주당이 민심과 멀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앞날은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비리 의혹은 대북 송금, 백현동 개발 특혜 등 하나둘이 아니다. 대표 방탄에 앞장섰던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헌법기관임을 망각하고 부도덕한 대표의 지킴이로 나섰음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찬성표를 던진 정의당의 양심과 분별력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넥스트 리서치, 한국 갤럽 등 다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앞지르는 등 민심은 이 대표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라고 이미 회초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