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머지않아 제로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발표한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현 수준(0.7%)을 유지할 경우 2031~2040년에 연평균 성장률이 0.9%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개혁이 없으면 10년 후쯤 제로성장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율을 1%로 높이면 성장률 0%대 진입 시기가 2041년으로 늦춰지고, 1.3%까지 끌어올리면 2041~2050년에도 1%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가 제로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2월에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KDI 전망보다 더 비관적이다. 응답자의 57%가 5년 뒤 성장률이 0~1%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세직 교수(서울대)도 ‘5년 1% 하락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이미 1%대 중반까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이론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향후 5년 안에 장기 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은 추세적 현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가용 노동력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가 향후 20년동안 90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용 노동력이 줄면 경제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우리 경제도 장기 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다가오는 인구감소 시대에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동력 감소의 공백을 두 가지 방식으로 메꿔줘야 한다. 하나는 여성·노인·외국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분야의 구조개혁이 필수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개혁 없이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