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1000여 정부·공공기관의 겨울 실내온도를 적정 온도(18~20℃)보다 낮은 17℃까지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워져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다면 국가 차원의 수급 차질 우려가 있다며, 전 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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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각국 정부는 올겨울 에너지 수급 부족 사태에 대비해 기업·가정에 대한 전력 배급제나 계획·순환정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가스 사용량을 제한하거나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올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다. 서방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해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를 강화했고, 러시아도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차단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EU는 지난해까지 발전·난방용 천연가스 수요의 30%를 러시아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아왔으나 최근 그 비중은 6%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은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노르웨이산 천연가스와 미국산 LNG로 비축량을 가득 채웠으나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수요는 기온이 낮아질수록 늘어나는데, 올겨울이 평년보다 더 추워지리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으로부터 LNG를 수입하려도 현지 수출기지 확충에도 2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당장 수입량을 대폭 늘릴 순 없다.
독일은 겨울철 가스 소비량를 20% 줄인다는 목표 아래 관련 대책을 차례로 법제화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범국민 절약 캠페인도 시작했다. 프랑스 역시 최근 2024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인다는 목표를 담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이번 겨울은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이라며 “극단적 한파 등 재앙이 발생하지 않고 우리가 소비를 억제하는 데 성공해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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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ISO 뉴잉글랜드도 올겨울 순환 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도 최근 자국 국영기업에 LNG를 유럽·아시아 재판매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자국 천연가스 수급 차질을 우려한 조치다. 자원 부국인 미국이나 중국 역시 유럽발 에너지 위기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
◇韓도 연쇄 파장…공공부문 에너지 사용 제한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연쇄 파장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는 겨울철 수급 우려에 대비해 LNG 비축량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둔 상황이지만, 한파 등 변수 발생 땐 수급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에너지 수입가격 부담 역시 한계치에 이르렀다. 국내 LNG 현물수입 가격지표인 JKM은 지난해 1MMbtu(열량 단위)당 12.97달러였으나 올 8월 39.08달러로 3배 치솟았다. LNG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장기도입 계약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 국제시세 역시 최근 다시 상승세다. 정부는 연료·원료비 폭등에 맞춰 이달 전기·도시가스 가격을 일부 인상했으나 연료·원료비 증가분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강력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부터 1019개 정부·공공기관의 평균 난방온도를 17℃로 제한하고 주요 권역별로 아예 하루 30분씩 난방기를 끄기로 했다.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지하고 전등 역시 30~50% 끄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공 부문의 에너지 절약·효율만으론 올겨울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럽처럼 전 국민적인 에너지 절약·효율화를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억제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고 공공 부문이 절약에 나서는 것만으로는 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가 전 국민적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함께 에너지 가격의 원가주의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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