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결정이 늦어지면서 정가 일부에서는 가처분이 인용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인용됐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용이 됐을 경우, 국민의힘 비대위는 법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적 절차를 완벽히 갖춰 다시 비대위를 구성하든지, 아니면 권선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다시 맡아 조기 전대를 준비하든지, 둘 중 하나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먼저 비대위를 ‘다시’ 구성한다는 것은, 기존의 비대위 인적 구성은 그대로 둔 채, 법원이 지적한 사항을 부분적으로 수정해 다시 비대위를 꾸리는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 측은 ‘꼼수 비대위’라며 다시 반발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또한 이를 빌미로 이 전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바로 법치인데, 법을 꼼수로 극복한다면서 ‘윤석열식 법치’는 이런 것이냐고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 원내대표가 다시 당의 얼굴로 등장해 당의 상황을 수습하는 시나리오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권 원내대표는 당이 비상 상황이라면서 당 대표 직무 대행에서 내려왔는데, 다시 당 대표 직무 대행이 되면, 스스로의 논리를 자신의 손으로 뒤집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 측은 이런 자기모순을 지적하고 나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권성동 직무 대행 체제를 빨리 끝내야 한다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 전 대표 측이 두고 볼 리 만무하다. 현재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기간을 채운 이후,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하기를 가장 바라기 때문에 조기 전대를 거부할 것이고, 징계가 끝난 이후에도 당 대표의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된다면, 차기 전대에 다시 출마하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권 직무 대행 체제로 다시 전환된다고 해도, 당내의 갈등 수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즉,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들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시나리오가 그것인데, 이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현재 친윤 의원들과, 친윤은 아니더라도 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까지 합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대부분이 윤 대통령을 따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이렇듯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신당을 창당한들, 그 시너지 효과는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신당 창당은 오히려 정권 차원의 위기를 키울 가능성마저 있다.
물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문제는 간단히 풀릴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본안 소송까지 간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일단 비대위 체제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이 됐든 내년 초가 됐든, 전당대회까지는 본안 소송에 대한 최종심의 판결이 나오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그냥’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도 조만간 나올텐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당내 상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의 운명은 사법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법이 정치를 결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씁쓸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