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시도했다가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 등 여론의 반대로 멈춰섰던 민주 유공자 예우법 제정을 다시 추진한다. 2020년 9월 우원식 의원과 2021년 3월 설훈 의원이 앞장섰다가 사실상 없던 일로 된 후 세 번째 시도다. 민주당은 새로 법안을 만들지 않고 국회 계류 중인 우 의원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설 의원은 72명의 의원과 공동발의한 법안을 철회한 상태며 우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명분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거나 사망, 부상한 사람들에 대해 명예를 인정해 주는 정도의 보상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공자 자녀에게 중·고교와 대학 등의 수업료를 지원하고 대학 입학, 편입학 때에도 국가 유공자 전형을 만들어 선발하라는 내용을 법안은 담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에 지원할 때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는 것 외에 의료지원, 민영·공공주택 등 주택 우선 공급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민주 유공자 829명, 유가족 3233명(추정)등 총 4062명에 연평균 2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법은 도입 과정에서 형평성 및 공정성 논란을 부를 것이 분명한데다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비가 불가피하다. 2030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운동권 자녀를 위한 음서 제도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 국민 전체가 참여해 이뤄낸 민주화의 성과에 대해 특정 집단이 특혜를 누리려 한다는 질타를 받을 우려도 크다. 민주당은 ‘셀프보상법’ ‘셀프특혜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당내에서도 지금 같은 시기에 굳이 추진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후반기 국회 개원을 2개월 가까이 미룬 책임을 면키 어렵다. 경제 복합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국회를 공전시키면서 민생을 팽개치고 정쟁에만 매달렸다는 비난 또한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점 투성이의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니 분별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도 민심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을 민주당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