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임 법무장관이 그제 취임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없앴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전격 부활시켰다. 서민 다중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다. 2013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증권범죄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런데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2020년 1월 취임 직후 별 이유없이 없앴다.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연루 의혹이 있던 라임 등 금융사건 수사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이후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2021년 9월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을 출범시켰지만 검사가 수사권 없이 수사 지휘, 공소 유지만 할 수 있던 빈 껍데기 조직이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던 증권범죄합수단은 금융·증권 범죄 수사의 새 전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6년여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검찰 안팎에선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 재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부실 펀드를 팔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사건이다. 펀드 환매 중단 규모가 1조 6679억원에 달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도 2020년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판매한 후 사모사채 등의 투자로 3300여명에게 5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금융·증권 범죄는 민생과 직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더구나 나날이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 신속하고도 정밀한 수사가 요구된다. 이런 맥락에서 합수단 부활은 환영할 만하다. 합수단은 우선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건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또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면 암호화폐 투자자 피해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우리은행, 오스템임플란트처럼 직원들이 거액의 회사돈을 횡령,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합수단 재출범이 독버섯처럼 소리없이 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와 함께 권력형 범죄는 물론 주가 조작 등 건전한 거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근절해 사회정의 확립에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