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적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때마침 출간된 이 책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고대와 현대를 아우른 이 책은 유독 ‘절판’이 많은 북유럽통사(通史) 관련 서적 가운데 이례적으로 많이 팔린 것이다. 초판 1500부에 이어 2쇄 1000부는 순식간에 동났다. 3쇄는 당초 1000부를 발주했다가 3000부로 늘렸고, 곧 4쇄(2000부)에 들어간다. 한때 교보문고 역사 분야에선 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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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은 많지 않다. 한정숙 서울대 교수가 2016년 번역 출간한 미하일로 흐루셰프스키의 ‘우크라이나의 역사 1, 2’(아카넷)와 허승철 고려대 교수가 쓴 ‘우크라이나 문화와 지역학’(우물이있는집) 등이 그나마 알려진 정도다. 책 ‘우크라이나의 역사’의 경우 원저가 1913년에 나온 만큼 최근 독자들의 관심이 높은 현대사 내용은 빠져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 광화문 매장 도서 검색대에서 지난 7일 기준 ‘우크라이나’를 키워드로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약 30개의 저서가 뜨는데 다수가 절판됐거나 이미 출간된 지 오래된 경우였다. ‘절판’은 단순히 시장에서 물량이 동난 상태인 품절과 달리, 판매량이 저조한 경우 출판사가 공식 증쇄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더 이상 책이 나올 희망이 아예 없는 경우다. 우크라이나사, 북유럽사, 인도네시아사 등도 국내 출판계에서 마이너한 역사 통사로 꼽힌다.
책은 키이우(키예프) 루스 시절부터 소련 붕괴 후 독립국가 성립까지 지정학적 위치로 복잡한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비롯해 우크라 사태의 맥락 파악에 도움을 줘 독자들의 관심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손민규 예스24 역사 MD(상품기획)는 이 책에 대해 “이곳을 둘러싼 갈등이 마침내 전쟁으로까지 번진 지금, 앞으로 펼쳐질 세계 역사는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지금 주목해야 할 이유”라고 소개했다.
예스24의 책 리뷰에서도 독자들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우크라이나에 대해 알고 싶어 구매했다”, “신냉전 최초의 열전인 우크라 사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썼다.
코로나19 시국에 책을 읽는 독자가 늘어서일까. 인문서 시장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게 이 편집자의 생각이다. 이 편집자는 “최근에 사월의책이 출간한 인문서 ‘만들어진 유대인’도 독자 반응이 좋다”면서 “세계사 관련 인문서 시장은 국내 출판계에서 오래 위축돼있는 분야인데, 그런 측면에서 인문서를 찾는 독자층이 확산하는 조짐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8일(현지시간)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3일째다. 우크라니아를 향한 무차별 폭격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출판·문화계에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연대와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7일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며 러시아가 아무 조건 없이 즉시 철군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연주 의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연대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열음은 지난 4일 인천 청라블루노바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1부에선 푸른색, 2부에선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자신을 한국전 참전 군인의 딸이라고 밝힌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멈춰라 푸틴!’이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류시화 시인은 직접 쓴 ‘우크라이나에 바치는 시’ 한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류 시인은 페이스북에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내가 꽃에게서 배운 것 한 가지는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 타의에 의해 무릎 꿇어야만 할 때에도 고개를 꼿꼿이 쳐든다는 것 그래서 꽃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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