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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 쓰이는 초고압 장비는 그간 주로 식품 분야에 적용됐다. 열을 가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유해균을 없애 대형 식품업체들은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 장비를 수입해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초고압 기술은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부터 차세대 배터리(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1993년 설립한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초고압 장비에서 두각을 보이는 강소기업이다. 주로 일본이나 유럽 제품에 의존하던 초고압 펌프와 분산장비(나노디스퍼져)를 국산화해 삼성전기(009150)와 한국콜마, 넥스트바이오 등 여러 기업에 납품한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는 원자력 분야에 쓰이는 압력용기 수입 업체에 다니다가 회사를 세웠다. 김 대표는 “압력용기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발주를 하면 납품에만 1~2년이 걸려 제대로 활용이 어려웠다”며 “초고압 장비 국산화를 다짐하고 제품 개발에만 10년 이상이 걸렸지만, 지금은 어떤 외국 기업과 비교해도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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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 전해질이 고체인 탓에 양극과 음극 간 리튬이온 전달력이 떨어져 배터리 용량이나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초고압 장비로 고체 전해질을 압착하면 내부 이온 전도도를 높여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초고압 장비를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 수준에 근접했다”며 “국내 주요 배터리 대기업과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일신오토클레이브 자회사인 하이플럭스는 수소충전소나 수소차에 들어갈 튜브나 피팅, 밸브 등 부품 국산화에 분주하다. 수소에너지 관련 부품·장비는 금속의 미세한 틈을 파고드는 수소의 ‘취성’ 때문에 특수한 소재나 처리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회사는 현재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기관과 수소에너지 부품 KS규격을 만드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소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될수록 관련 소재·부품 산업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며 “일부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지사를 설립해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내 기업 중 수소충전소용 소재·부품을 개발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펌스터는 고온·고압 기술을 활용해 항공기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금속, 세라믹 부품을 가공하는 ‘힙’(HIP·Hot Isostatic Pressure)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계열사마다 사업을 넓히면서 전체 계열사 매출은 지난 2018년 2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70억원으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별로 자회사를 특화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원천기술 확보와 해외 판로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공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