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
자신 얼굴 그림으로 더듬어낸 세상풍경
아스라한 시간에 되돌린 유년기억 꺼내
''녹록지 않은 삶사는 어른'' 위로에 나서
| 이선경 ‘유년-너를 기억해’(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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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백합이 흐드러진 밭에 놓인 나무책상. 그 위에 깨끗하게 깎인 파란색 연필 한 자루가 놓였다.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아무 때나 볼 수는 없는 그것들. 찾자면 못 찾을 게 없지만 흐릿한 기억에는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무책상과 파란색 연필을 썼던 시절로의 회귀, 바로 그거다.
작가 이선경(46)이 그 아스라한 시간으로 붓을 돌렸다. 작가는 ‘얼굴그림’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모델은 정해져 있다. ‘자신’이다. 그 한 얼굴로 세상의 풍경을 아우르고 더듬는다. 초기에는 ‘관계’를 그렸단다. 설화적 공간에 그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풀어냈다. 어느 때부턴가 ‘가족’으로 옮겨갔다. 단출해졌지만 더 어려워진 그 터널을 지나 스스로에게 집중한 건 2004년부터란다.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불안과 혼란, 도취와 자조를 수없이 옮겨다녔다.
‘유년’ 연작 중 한 점인 ‘유년-너를 기억해’(2021)는 이제는 특별하기까지 한 그 어느 한때, 나무책상과 파란색 연필을 어울린 어린시절로 시공을 좁힌 작품이다.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른의 삶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란 작가가 작정하고 나선 ‘어른을 위한 위로’다.
21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개인전 ‘유년’에서 볼 수 있다. 신작 18점을 걸었다. 종이에 콩테. 76×56㎝. 작가 소장. 미광화랑 제공.
| 이선경 ‘유년’(Childhood·2021), 종이에 콩테, 76×56㎝(미광화랑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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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경 ‘응시’(Gaze·2020), 종이에 콩테, 170×140㎝(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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