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 20분께를 기준으로 개인은 이날 코스피를 3544억원 순매수했다. 기관도 2359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6211억원 순매도했다. 개인, 외국인, 기관 중 한 곳이 주식을 파는 것은 나머지 둘 중 하나가 이를 사줬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다. 수급 주체가 어느 정도의 능동성을 갖고 매매하느냐를 정확히 알 순 없는 셈이다. 다만 이날의 경우 기관도 매수했다는 점에서, 개인은 적어도 비슷한 적극성을 띠었다고 해석된다. 하락 폭이 비교적 작으냐도 개인이 거래에 적극성이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다. 갖고 있던 주식을 전일보다 낮은 가격에 팔려는 외국인이 호가를 크게 내리지 않았어도 매수에 응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국내 영향력이 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간밤 2.49% 하락하고 아시아권인 일본 니케이 지수가 2.19% 내렸다.
지수가 특정 기간 하락하는데도 특정 매수 주체가 순매수를 지속한다면, 언젠간 오른다는 믿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도 개인은 ‘바이더딥(Buy the dip·하락 시 매수)’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7.4% 하락한 가운데, 개인은 같은 기간 총 3조8566억원을 순매수했다. 추세적으로 순매수 규모는 늘었고 총 21거래일 가운데, 13거래일을 순매수 마감했다. 이같은 개인 투자자의 성향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7월 6일(3305.21) 이후 이날까지로 기간을 늘려 잡아도 마찬가지다. 해당일 이후 10.4% 지수가 하락하는 기간, 개인은 순매수를 꾸준히 늘리면서 총 15조8931억원을 사들였다.
한편 이같은 하락 시 매수 전략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강세장의 ‘보이지 않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은 투자자들의 바이더딥 성향이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항상 잘 버텨준다는 가정에 지나치게 빠르고 강한 긴축이 진행될 수도 있단 것인데, 문제는 투자자들이 버텼던 이유도 중앙은행의 완화 기조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 등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덕에 ‘밀리면 사자’란 학습 효과를 통해 견고해진 금융 시장이 멀쩡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연준은 스탠스 변화에 부담을 크게 덜게 되는 것”이라며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은 강세장 속 염두에 두어야 할 보이지 않는 리스크 중 하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