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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끝내 사퇴한다. 다만 그는 혐의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쿠오모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업무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사퇴 시점은 2주 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며 “뉴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날 발표는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보좌관 11명을 성추행했다는 뉴욕주 검찰의 발표가 나온 이후 일주일 만이다.
지난 3일 공개된 검찰 보고서를 보면, 쿠오모 주지사가 피해 여성들에게 원하지 않는 키스를 강요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으며 성적 모욕감을 느낄 만한 협박을 했다는 진술이 적혀 있다.
이와 함께 피해 여성들로부터 성추행 폭로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를테면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을 폭로한 뒤 형사 고소한 전직 비서 브리타니 코미소는 CBS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12월 31일 쿠오모 주지사의 저택에서 연설문 초안 작성을 마친 후 쿠오모 주지사가 함께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다”며 “셀카를 찍으면서 그의 손이 엉덩이에 닿는 것을 느꼈고 스치는 정도가 아니라 문지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쿠오모 주지사는 여전히 성추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뉴욕주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지사직을 유지하면서 자신에 대한 정략적인 공격에 맞설 경우 주정부 행정이 마비될 수 있다”며 “스스로 물러나서 주정부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성추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주지사직을 던진 후 반격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다만 뉴욕주 내에서는 검찰 보고서 공개 이후 뉴욕주 의회의 탄핵 절차에 속도가 붙고 폭로전이 계속 이어지면서, 사퇴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쿠오모 주지사는 3선으로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이번 사임은 첫 성추행 폭로가 나온 후 5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