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받는 탄소중립안, 어느하나 만만찮다"[이정훈의 人터뷰]

이정훈 기자I 2021.08.08 07:45:00

`환경전문가 겸 경제학자` 홍종호 서울대 교수 ①
환경단체가 비판하는 1·2안 "이들 조차 만만치 않다"
"가동중 또는 완공 앞둔 화력발전 없애긴 쉽지 않아"
"전기요금 인상은 당연…안 올리면 국가경쟁력 저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사흘 전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마련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이 공개되자 마자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첫 로드맵인 셈인데, 탄중위는 시나리오를 3가지 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화력발전소를 최소 7기만 유지하는 등 기존 체계를 최대한 존중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반면 2안은 화력발전을 중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예비로 가동한다. 3안은 화력·LNG 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신재생발전으로 완전히 전환한다. 여기에 수송과 산업, 건물분야에서 감축 작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달했던 2018년(2억6960만톤)대비 각각 96.3%(1안), 97.3%(2안), 100%(3안)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 (사진=방인권 기자)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 대해 기업들도, 환경단체들도 거센 비판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계 현실도 모르는 무책임한 대책`이라는 논지이고, 환경단체는 `넷제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어정쩡한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경제적 논리와 환경 논리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셈이다.

그래서 이 두 입장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를 떠올렸다. 학사부터 석사까지 경제학을 공부한 뒤 환경·에너지와 경제를 접목한 응용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환경운동까지 하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그 적임자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뤄진 홍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는 6일과 7일 이틀 간에 걸쳐 1시간 10여분 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홍 교수는 “(탄중위의 시나리오라는)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 재미있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탄중위가 2050 넷제로를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재미있었던 대목은, 산업계는 탄중위의 시나리오를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고 환경단체 등은 너무 약하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총론으로는 찬성하지만 분야별로 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하면 각자 반응이 달라지는 식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선 `공짜 점심`은 없다. 냉정하게 이해타산을 계산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외부 압박과 그에 따른 경제적 압박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식의 반응으로 일관해서는 한국 사회는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인센티브 구조도 만들어야 하지만, 전력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계도 산업계 나름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규제로 옭죈다고만 해선 안된다.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를 수세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했다.”

진정한 넷제로(Net-zero)가 되려면 3안으로 가야 하는데.

“질문처럼 탄중위의 3안은 사실상 국가 단위의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다. 탄소배출을 90%쯤 줄이되 기술개발을 통해 나머지 10% 탄소까지 흡수함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3안이 가능할까 싶다. 지금 현재 우리가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배출 수준에서 2050년까지 쭉 선을 그어 보면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3안 달성이 가능하다. 목표만 세우면 다 될 줄 알아선 안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1안이나 2안으로 가야 하나.

“세부적인 내용을 다 살펴보진 않았지만, 올해 가동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 2기를 포함해 현재 짓고 있는 5기까지 총 7기는 어쩔 수 없이 가동한다는 전제 하에서 짠 게 1안이다. 이들 7기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량만 5000만톤에 이를 것이다. 아마 탄중위 입장에서도 올해 가동됐거나 지금 공정률이 80~90%나 된 화력발전을 없앨 수도 없으니 현실적인 안으로 1안을 함께 제시한 것 같다.

석탄화력발전을 없애지 못하면 1안과 2안도 쉽지 않겠다

“국민적 합의가 없이 어떻게 이미 돌아가고 있거나 거의 다 만든 발전소를 가동 중단시킬 수 있겠느냐는 게 탄중위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지역에서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화력발전 폐쇄를 막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국회에선 짓고 있는 것을 없애고 대신 국민 세금으로 지역을 지원하자는 에너지전환지원법도 발의한 상태지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이를 차치하고라도, 문제는 이 1안도 달성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6억8630만톤이던 2018년 배출량을 2500만톤까지 거의 96%를 줄이는 게 1안이다. 2050년까지 한 해 3~4%씩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안심할 수 없는 목표다. 1안과 2안 모두 다 힘들다.”

결국 1안이든, 3안이든 그 방향이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텐데.

“불가피하다. 탄소세를 신설한다거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좀 더 실효성 있게 만드는 것 등은 결국 탄소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경제주체들이 분담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탄소중립으로 간다면 가정도, 상업용 건물도, 기업도 돈을 더 내야 한다. 왜 굳이 경제주체들에게 전기요금을 더 부담 지우려 할까. 그래야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국민과 기업을 괴롭히려고 부담스럽게 만드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당장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제적인 부담은 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인 셈이다.”

전기요금은 얼마나 올라갈까.

“정확히 알 순 없겠지.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순 있다. 유럽지역에서의 탄소배출권은 톤당 7만8000원 수준인데, 우리는 1만8000원 정도다. 6만원 정도 차이가 있는데, 유럽이 말하는 탄소국경조정세는 단순하게 말해 이 차이인 6만원을 국경조정세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국경 간 탄소배출권 차이를 부담금으로 조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 국민과 기업들에게 탄소세나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6만원 정도의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더 지운다면 유럽은 우리나라엔 국경조정세를 부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당연한 추론이다. 결국 우리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일류 국가가 되려면 국민과 산업계가 이를 부담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 싫다면 이류 국가가 되는 것이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도 잃게 된다. 일부러 올리는 게 아니라 불가피하게 탄소가격을 적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물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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