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확장재정" 지시에 기재부 5차 지원금 착수…나랏빚 1천조 임박

최훈길 기자I 2021.05.31 05:00:00

文대통령 지시 이후 기재부 재정지원 모색
방역 규제하면서 손실보상 없어 지원 필요성
재정부담 불가피, 나랏빚 1000조 넘을 전망
학계 “‘나랏빚 브레이크’ 재정준칙도 논의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이정현 기자] 기획재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5차 긴급재난지원금 검토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재정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아직 재정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을 감안할 때 증세 등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文 “추가재정 투입” 언급한 뒤 기재부 논의 착수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주재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 관련 재정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향후 재정운용에 대해 논의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참석자는 “수출 등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내수 회복까지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소상공인 피해를 우선 고려한 재난지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방역 상황과 경제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선제조건이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법적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손실보상 차원에서 추경이나 재난지원금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 집합금지·집합제한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공청회까지 열며 의견수렴을 했지만 구체적인 손실보상 대상·기준·금액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자영업에 대한 방역 규제를 하면서 손실보상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5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차 재난지원금의 평균 지원 규모는 13조원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 백신접종으로 거리두기 완화 등 우리 국민의 일상과 경제활동이 회복되는데 발맞춰서 이제 올해 2차 추경이 마련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상황 등을 고려해 추석(9월21일) 연휴 전에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현재 의미 있는 논의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文정부 나랏빚 660조→1070조

국가재정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가 30조 1000억원 적자(올해 3월말 기준)를 기록하는 등 나랏곳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 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편성할수록 나랏빚이 더 불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걱정과 고민이 어느 부서보다 많다”며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고 통합재정수지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작년 12월에 재정준칙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여당 반대 등으로 5개월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방역 피해를 입은 자영업을 지원하되 재정준칙도 함께 도입해 재정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고 국가재정 여건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차기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나랏빚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재정준칙을 이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차 재난지원금의 평균 지원 규모는 13조원이었다. 1차 지원금은 추경(12조 2000억원)과 지방비(2조 1000억원), 4차 재난지원금은 추경(14조 9000억원)과 기존 예산 변경(5조 7000억원)을 통해 마련됐다. [자료=국회, 기획재정부,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민 위로금까지 지급하면 국가채무는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년은 2021년 예산안 국회 처리 기준, 2022~2024년은 작년 8월 발표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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