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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말 그대로 ‘고용 쇼크’다. 미국의 신규 일자리가 4월 한 달간 26만600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100만개 안팎 고용이 급증했을 것이라는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미국 전역에 만연한 구인난 때문이다. 경제 회복을 업고 일자리는 늘고 있으나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이른바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주는 실업수당을 모으는 게 취업하는 것보다 낫다는 심리가 첫 손에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주가와 집값이 폭등하면서 고령 은퇴자가 늘었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 신규 고용, 예상치 4분의1 토막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26만6000명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97만8000명)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200만명 이상을 점쳤을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으나, 실제 수치는 고용 쇼크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4월 실업률은 6.1%로 전월(6.0%)과 비교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이 역시 예상치(5.8%)에 못 미쳤다. 실업자는 3월 970만명에서 4월 980만명으로 더 늘었다. 게다가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의 경우 발표 당시 91만6000개 증가로 나왔는데, 이번에 77만명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CNBC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반등하는 징후 속에 큰 증가 폭을 기대하고 있었다”며 “고용이 엄청난 규모로 후퇴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예상치 못한 둔화”라고 했다. 월가는 당황스러운 기색마저 엿보인다. PNC 파이낸셜서비스의 거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번 쇼크는 일각에서 나왔던 노동시장 미스매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파른 경제 재개에 일자리(수요)는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공급)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첫 손에 꼽히는 건 추가 실업수당의 딜레마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 패키지에 따라 연방정부는 현재 주당 300달러씩 추가 실업수당을 주고 있다. 오는 9월까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컨대 미국 서북부 몬태나주의 경우 주 차원의 1인당 주 실업급여는 최대 572달러다. 지금은 여기에 더해 연방정부가 주는 추가 실업수당이 300달러다. 굳이 일하지 않아도 매달 3488달러(약 390만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4월 임시서비스 업종에서 한 달 만에 일자리가 11만개 넘게 사라진 건 이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노동 수요 부족에 맞춰 임금을 인상했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세르히로 레스토랑의 카를로스 가지투아 사장은 CNBC에 “우리는 임금을 올리고 끊임없이 인력을 구하고 있다”면서도 “사람들은 다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4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30.17달러로 전월(29.96달러) 대비 상승했다. 주간 평균임금은 1045.60달러에서 1055.95달러로 올랐다.
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팬데믹 이전 연 소득이 3만2000달러 미만이었던 계층은 취업하는 것보다 실업수당을 모으는 게 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음식점, 개인관리 서비스 등 저임금 업종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고 유지하는 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가 수당은 9월 만료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요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 추가 실업수당 ‘딜레마’
두 번째 요인은 팬데믹 이후 고령자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이탈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제활동인구에서 비(非)경제활동인구로 아예 빠지는 인력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팬데믹 같은 과거 위기는 자산가치 하락을 동반했으나, 이번에는 주가와 집값이 급등했다. 현재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역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다. 은퇴해도 먹고 살 만한 자산이 생겼다는 의미다. 아울러 고령자 입장에서 코로나19 이후 일과 건강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는 분석이 있다.
BoA는 팬데믹 이후 은퇴를 결정한 이들을 12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들을 포함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규모만 200만명 이상이다. 당분간 구조적인 노동시장 미스매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건상 두려움, 실업수당 확대 등으로 노동 인력을 찾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4월 고용 쇼크는) 노동력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일자리는 많은데 노동력은 많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세 번째는 반도체 부족 여파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4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제조업 일자리는 2만7000개 줄었다. 제조업 고용(-1만8000명)이 감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공장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서을 주목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얼마나 완전 고용에서 멀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준은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