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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주의보]흥아해운·세우글로벌…코로나 직격탄에 ‘살얼음판’ 기업 늘어

김소연 기자I 2021.03.31 00:10:30

비적정 의견 상장사 10곳 중 4곳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
항공·여행주는 적정의견 받았지만
감사인 ''계속기업 불확실성'' 강조

[이데일리 김소연 김윤지 기자] 따뜻한 봄이 왔지만 증시는 아직 한겨울이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하며 상장폐지 위기감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 외감법) 시행으로 깐깐해진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는데다 코로나19 사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여행 관련 종목은 미래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12월 결산법인의 2020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장사는 44곳에 달한다. 2018년 37곳, 2019년 56곳이었다.

올해는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장사가 15곳,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으로 제재 면제를 받은 상장사가 8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지난해보다 더 늘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 비롯해 코스피 7곳 감사 의견거절

그래픽=이동훈 기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성안(011300), 세우글로벌(013000), 쌍용자동차(003620), 폴루스바이오팜(007630), 흥아해운(003280), 쎌마테라퓨틱스(015540), 센트럴인사이트(012600) 7곳이 ‘의견 거절’을 받았다. JW홀딩스(096760), JW생명과학(234080) 2곳은 25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JW생명과학과 JW홀딩스는 정기 주주총회(3월26일)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31곳이 의견거절을 받았고, 4곳은 ‘한정’ 의견을 받았다.

2020사업연도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 사유를 보면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 해당 여부가 많았다. 영업이 계속되는 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거나 유동자금이 부족한 경우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 10곳 중 4곳(38.6%)이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했다.

감사의견 비적정이 곧 상장폐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으면 곧바로 상장폐지하지 않고 다음 연도에 다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하는 것으로 지난 2019년부터 제도를 바꾸었다. 대신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개선 기간 1년을 부여 받는다. 그 사이 회계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면 개선 기간 종료 후 이의 기간을 거쳐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 받는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라 일정 기간까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쌍용차는 자본잠식이 이어지며 ‘의견거절’을 받은 사례 중 하나다.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에 대해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쌍용차의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재무제표 작성에 전제가 된 계속기업가정의 타당성에 대해 유의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채상환과 기타 자금수요를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과 안정적인 경상이익 달성을 위한 재무 및 경영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래 사건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흥아해운은 2019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이에 따라 상장폐지요건이 발생해 지난해 3월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는 지난해 5월6일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제출하고 오는 4월12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부여받은 개선기간에 회사가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덕회계법인은 흥아해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에 미칠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궁극적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제시했다. OQP(078590) 역시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코로나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재무제표 작성이 사용된 중요한 회계추정과 가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기업 존속에 의문, 감사의견 ‘거절’…코로나19도 영향

감사보고서의 감사 의견이 투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실제로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에서 상장폐지(자진 상장폐지·피흡수합병·스팩 등 제외)된 기업은 코스피 3곳·코스닥 13곳으로 모두 16곳이었다. 이 중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에 따른 상장폐지 기업 수는 11곳으로 68.7%에 해당했다. 회계 관련 이슈로 인해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상장사가 생겨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2020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44곳에 더해 2020사업연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은 전년(유가증권·코스닥 56곳)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0사업연도 반기보고서에서 47곳이 비적정 의견을 받았고 이 중 UCI(038340), 뉴프라이드(900100), 크로바하이텍(043590), 한국코퍼레이션(050540), 디에스티(033430), 행남사(008800) 6곳은 아직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에서 감사인 의견을 확인해 관련 종목 투자를 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 외감법 시행으로 비적정 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계기업 중에서는 아직 감사보고서 제출을 하지 않은 곳, 기타 사유 등으로 인해 감사보고서 지연된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회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적정 감사 의견 상장사를 업종별로 나눠봤을 때 운송장비부품, 반도체, 기계장비 업종 소속 상장사에서 비적정 의견이 주로 나왔다.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제주항공(089590) 등 여행과 항공 업종은 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강조됐다. 각 회계법인은 이들 감사보고서에 코로나19 영향을 비롯해 환율·유가의 변동 등의 대외변수 등으로 인해 재무상태나 경영성과가 큰 폭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업종마다 코로나19에 영향을 크게 받은 기업이 달랐다”며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사유에 해당하는 기업은 코로나19나 경기 악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매년 비적정 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으나 상장수 대비 많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적정 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으나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신 외감법 시행으로 비적정 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것은 추정 가능한 전개”라며 “소규모 상장사에서는 기업이 적자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에 처하면 감사 대응도 하기 힘들다. 회계적으로는 ‘적정’ 의견이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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