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재건축 어렵다"… 대형건설사도 '가로정비사업' 눈독

황현규 기자I 2020.05.01 01:00:00

대우건설, 가로주택사업 수주 본격화
대림산업·SK건설 “소규모정비사업 고려”
재건축 막으니 가로주택 주목
"수익성 불확실"…"반짝 인기’ 우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려우니까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도 뛰어들려고 하는 것이다”(A대형 건설사 관계자)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큰돈’은 안 되지만 본전은 딸 수 있는 사업 정도는 된다.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는 기회다”(B대형 건설사 관계자)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공사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도심 정비사업 규제로 사업 건수가 줄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호반 등은 이미 소규모 정비사업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림산업과 대우 건설도 구체적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검토 중이다.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데다 서울 도심내 사업 가능성이 큰 곳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건설 이어 대림·대우도 ‘가로주택’ 만지작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456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를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든 것은 최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해당 사업지는 한강과 인접해 ‘알짜 단지’로 평가를 받지만, 단지가 작은데다 노후화도 덜 해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운 곳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사업지를 수주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사업 전망과 수익률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뿐 아니라 대림산업(000210), SK(034730)건설 등 시공능력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 가로주택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에만 보이던 관심이 소규모 정비사업장으로도 선회한 것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지를 밝힐 수는 없지만, 특정 사업지의 가로주택 정비사업 수주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미 현대건설(000720)과 호반건설은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서울 장위11-2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수주를 따냈다. 해당 사은 지하 1층∼지상 7층, 공동주택 16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소규모정비사업으로, 공사비는 35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호반건설도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건축 규제 ‘반사효과’…대체 산업으로는 글쎄?

중소형 건설사들의 전유물이었던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든 이유로 ‘어려워진 재건축 사업 환경’이 꼽힌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대형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비사업 진행이 녹록치않을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

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사업 규제가 세지고 있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16 대책 당시 가로주택정비사업 지원책으로 사업 확대 지원과 부담금 완화, 건축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됐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진행 속도도 재건축과 비교해 2배 빠르다.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돼 있어 약 5년 만에 조합설립인가부터 입주까지 끝낼 수 있다. 최소 10년이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월등하게 사업 속도가 빠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재건축과 비교해 조합원들의 호응도 적지 않다. 올해 초 기준 서울에서만 55곳이 가로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커질 여지가 있는 사업인 셈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규제가 심해 중간에 사업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재건축사업보다는 안정적인 사업”이라며 “재건축 사업 진행이 까다로워진 대형 정비사업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어 가로주택정비사업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아 일시적인 관심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도시와 경제’ 송승현 대표는 “아직 사업 초창기다 보니 재건축만큼의 수익성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의 주변 환경이 노후된 경우가 많아 좋은 입지의 사업지를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현재 재건축 규제 등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로주택이 장기적으로도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기울일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