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개포·서초동 일대 공공기관 3곳 이전 검토
SH공사 사옥에 기업들 ''군침''… 노조 반발 등 관건
市 소유 인재개발원, 자연녹지지역 속해 개발 한계
"용도 변경 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부채질할 수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강남북 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강남권에 있는 주요 산하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 계획을 밝히자 해당 부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북으로 이전할 서울시 산하 기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서울연구원·서울시인재개발원 등이다. 이들 기관이 들어선 부지는 편리한 교통망에 쾌적한 주변 환경을 갖춘데다 향후 개발 여력이 풍부한 강남권 노른자에 자리잡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 살이 옥탑방 생활을 마치고 발표한 정책 구상을 통해 SH공사·서울연구원 등의 강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산하 출연·투자기관(23곳) 중 본사가 강남에 있는 곳은 SH공사(강남구 개포동), 서울연구원(서초구 서초동), 서울디지털재단(강남구 개포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송파구 가락동) 등 4곳이다. 인재개발원은 시 공무원교육원으로 출범해 1979년 서초동 현 청사로 이전한 서울시 직속기관(30곳) 중 한 곳이다. 현재 시 소유인 인재개발원 부지에 서울연구원이 한 개 동을 빌려 사용 중이다.
|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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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는 강남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개포동에서도 중심지에 자리하고 있다. SH공사는 1998년 이 일대 택지개발을 통해 현 부지(대지면적 9238㎡)를 서울시로부터 약 300억원에 사들였다.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된 이 곳에 당시 약 7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본사 건물을 준공했다. 따라서 강북 이전을 추진한다고 해도 SH공사는 현 건물을 민간 기업 등에 매각한 이후 입주할 새 공간을 물색해야 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청계천 개발을 통해 상인들을 이주시켰던 송파구 가든파이브가 2008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나자 그곳으로 이사를 권고했는데 당시 감평사에 의뢰한 결과 매각가가 2200억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SH공사가 이전할 경우 현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 등을 통해 오피스 및 상업시설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과거 이전한다는 소문이 났을 때 통신사 등이 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시인재개발원 전경.(서울시인재개발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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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원과 서울연구원은 현재 시 소유 부지(총 면적 28만3779㎡) 및 건물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 부지에는 인재개발원이 4개동(창의관·배움관·다솜관·어린이집)을 쓰고 있고, 나머지는 시 소속 데이터센터와 소방학교 등이 각각 1개동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이들 공공기관이 강북으로 이전하려면 시가 대규모 부지를 사들여 이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인재개발원 부지는 전체의 80~90%가 임야·대지 등 자연녹지지역에 속해 있다 보니 이전해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상업지역으로 바뀐다면 인근 땅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강남권 주요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은 자칫 불붙은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며 “시가 재원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아직 해당 기관과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공공기관 이전 추진단을 꾸려 올 연말께 3곳 이상을 이전하는 내용의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