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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도 조타수도 없다…수익률 반토막 난 국민연금

박정수 기자I 2018.08.13 05:00:00

1~5월 기금 수익률 0.49%..한달새 0.4%p `폭락`
국내주식서만 한달새 4조원이상 날려
연수익률 1%대마저 깨지나 `전전긍긍`
기금운용 베테랑 빈자리 영향 커..국민연금은 "시장 탓"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1년 넘도록 수장없이 표류하며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금을 관리할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없다 보니 올 들어 불과 한 달 만에 630조원에 달하는 기금 전체 수익률이 반토막난 상태다. 더구나 주식운용실장마저 공석이라 국내 주식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원금마저 까먹고 있다. 선장은 물론 조타수까지 없어 연 환산 수익률 1%대마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630조 기금 수익률 반 토막

1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금 전체 수익률은 0.49%로 집계됐다. 4월까지만 해도 기금 수익률은 0.89%였으나 한 달 사이 절반가량 폭락했다. 금융부문 성과 부진이 주이유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복지와 기타 부문(회관비, 임차보증금 등)은 각각 0.41%, 0.14%에서 0.53%, 0.18%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금융부문은 0.89%에서 0.50%로 뒷걸음질쳤다.

특히나 국내주식 부문 성과 부진 영향이 크다. 국내주식 수익률은 4월 2.41%에서 5월 -1.18%로 3.59%포인트나 급락했다. 해외주식(0.80%→1.66%), 국내채권(0.11%→0.45%), 해외채권(-0.32%→0.30%), 대체투자(1.88%→2.17%), 단기자금(0.63%→0.76%) 모두 수익률이 개선됐으나 국내주식만 기금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이렇다 보니 5월말 기준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액은 130조1490억원으로 지난 4월(134조5590억원)과 비교하면 4조원 이상 까먹었다. 작년 말과 비교해도 1조3710억이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국민연금의 연 환산 수익률 1% 벽이 깨질 수도 있다고도 우려한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국민연금의 연간 성과 예상치를 따져보면 4월 1.66%에서 5월 1.16%로 낮아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지향한다”며 “최소 1년 이상 기간을 두고 성과를 평가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장기로 따져도 부진…수익률 1% 벽 깨지나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수익률을 따져봐도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 떨어진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2013~2017년) 간의 평균 수익률은 5.18%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공무원연금(캘퍼스)은 8.10%, 캐나다 연기금(CPPI)은 12.1%의 성과를 올렸다. 기간을 늘려서 국민연금이 설정된 1988년 이후(30년) 연평균 누적 수익률을 보면 5.92%를 기록했으나 미국 캘퍼스는 30년 평균으로 8.4%의 수익을 냈다. 한 연기금 CIO는 “대형주 중심인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9% 수준이다. 2015년 6.5%에서 2016년 6.7%로 꾸준히 늘었다. 코스피에서는 국민연금 비중이 2015년 6.3% 수준에서 2017년 7.9%로 증가했다. 종목별로 따지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조5000원어치나 가지고 있어 자산군 내 비중이 24.2%에 달한다.

이에 반해 캐나다 연기금인 CPPI를 보면 자국주식 투자 비중은 2013년 7.2%에서 2017년 말 3.3%로 크게 축소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 연금의 자국 증시 비중이 1% 안팎이고 일본의 공적연금펀드인 GPIF도 5%대에 불과하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연기금들은 최근 수익률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 해외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기금운용 베테랑 절실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 부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금운용본부 곳곳에 간부들의 빈 자리다. CIO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물러난 뒤 1년 넘도록 공석인 상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직무대행을 맡았던 인물들이 기금운용본부장 공석이 1년이 넘도록 길어질 줄 모르고 대부분 투자를 미뤘다”며 “무엇보다 짧은 기간의 직무대행으로서는 단일 투자 규모가 큰 대체투자 부문을 과감히 결정하지 못했다. 이는 기금운용본부장이 결정할 사항이라 직무대행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을 해놓고 국민연금은 넉 달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고 6월부터 재공모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13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오는 21일 CIO 후보에 대한 면접심사를 한다.

한 연기금 CIO는 “주식시장에서도 사고 팔면서 치고 받아야 제대로 된 가격을 형성한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영향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요 투자 실장 가운데 주식운용실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현재는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수익률 부진에 대해) 의사결정의 문제라기보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반영된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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