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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판매시 공시이율과 원금 보장을 기대했던 소비자는 사업비 공제 등에 대한 기대했던 연금액이 나오지 않자 민원을 넣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에 구체적으로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연금액 산정과 관련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라고만 개괄적으로 명시돼 있을 뿐이다. 약관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낸 원금에서 ‘사업비’나 ‘위험보험료’ 등을 공제하는 보험상품의 특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약정이율만큼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타당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허술한 약관에 따른 보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악의 보험 분쟁 사건으로 기록된 자살보험금 문제도 보험사들의 약관상 실수로 판단했고 암보험 역시 ‘요양병원 치료비 지급’이 약관상 ‘암의 직접적 치료’라고 규정한 모호한 약관논란으로 귀결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보험 분쟁을 모두 약관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만큼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를 민원이 제기된 1건의 사례가 아닌 모든 상품에 확대적용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약관이 큰 차이가 없고 약관상 문제가 지적된 만큼 분조위에서 판단한 민원건을 모든 동일한 약관을 적용한 모든 상품에 일괄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2000년 초반 이후 판매해온 모든 상속형 즉시연금 상품은 통상 보험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인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보험사가 떠안게 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승인을 내주며 문제없다고 판단한 약관이 갑자기 문제 약관으로 돌변해 수 천억원의 부담으로 돌아오니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만든 표준약관을 그대로 준용하거나 한 금융사가 승인받은 약관을 그대로 베껴내는 일이 비일비재던 것을 암묵적으로 묵인했던 당국은 뒷짐을 지는 형국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액 산출방법서에 따른다는 내용이 개괄적이지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이것이 문제 약관으로 둔갑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모든 계약건에 확대적용하는 것은 즉시연금 사태의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