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논란과 관련, 주식매수권(콜옵션) 약정을 고의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12일 발표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정작 가장 중요한 논란인 분식회계는 어물쩡 넘어가면서 1년 넘게 끌어온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선위가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는 슛을 쏠 줄 알았는데 금감원으로 백패스한 꼴”이라며 “신중을 가장한 책임회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유례 없이 다섯 번이나 회의를 거듭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는 증선위의 설명은 자랑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선위 결정이 바이오업계 전체로 확대되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시가총액이 셀트리온에 이어 2위이다. 그만큼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미약품 기술수출 해제, 임플란트업계의 매출부풀리기 논란, 바이오벤처 연구비 회계처리 이슈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별 기업의 문제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반복했다”며 “개별 회사만의 문제라고 설명을 해도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험이 있어 이번 일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약정을 고의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봐도 해당 사항은 의무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라며 “증선위가 누락했다고 지적하는 시점에는 투자자가 삼성물산, 삼성전자, 퀸타일즈 등 주요 대주주들밖에 없었고 이들은 모두 콜옵션 행사에 대해 알고 있던 상황이라 공시 누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강하게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고의적 누락’이라는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관련 협회 임원은 “제약바이오업계에는 윤리성 만큼은 타협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엄격하게 생각한다”며 “업계가 윤리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안다면 증선위 결정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시장은 이번 건을 한 기업에 국한된 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창구 직원은 “발표가 있던 당일에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혼란이 극심에 달했지만 이튿날 시장에서는 우려만큼 주가가 하락하지도 않았고 다른 개별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민정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별종목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제약바이오섹터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쟁점이던 분식회계는 다시 금감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지분법 관계사로 전환한 2015년 이전인 2012년부터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살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대해 한 투자자는 “일부 정치권과 참여연대가 주장한 2015년 회계처리 적절성은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결론을 못 낸 만큼 증선위의 이번 결론은 일부 국회의원이 평가한 ‘절반의 승리’라기 보다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리한 문제제기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