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방식 그대로 수제품 파는 ‘밀크홀 1937’
병우유, 직접 병에 담고 옛 포장 그대로
아이스크림, 전 제품 매출의 35%로 최다
| 서울우유 병제품.(사진= 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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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잠시만요, 참기름과 같이 드셔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진짜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위에 참기름이 뿌려져 있다. 고소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신기하게도 단맛의 아이스크림과 고소한 참기름이 정말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묘한’ 맛을 냈다. 제품명은 ‘블랙 그레인 아이스크림’,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원유로 만든 신제품이다.
| 참기름 두른 블랙 그레인 아이스크림.(사진= 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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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서울 종로2가에 있는 ‘밀크홀 1937’이다. 1949년 9월 서울우유 정동 사옥 1층에 문을 연 정동 밀크홀의 현대판, ‘밀크홀1937’. 지난 6일 ‘밀크홀 1937’ 종로점에 가봤다. 종로점은 주력 브랜드를 마케팅 하기 위한 목적의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로드숍(자체 매장)이다. 지난해 8월 롯데마트 서초점에 숍인숍 형태로 문을 연 이후 1년 만에 자체매장을 열었다.
| 서울 종로2가에 있는 ‘밀크홀 1937’ 종로점 1층 내부 전경.(사진=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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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것이 흰 우유병이다. 어린아이 키만 한 우유병이 마치 손님을 반기듯 듬직(?)하게 서 있다. 바로 옆으로는 메뉴판과 각종 밀크티와 디저트류가 진열돼 있다. 아이스크림, 리코타 치즈, 조각 케이크, 밀크티, 일반우유…. 종류만도 수십여 가지다. 이들 제품은 모두 직접 매장 내에서 만들어 낸다.
| 완성된 리코타 치즈(오른쪽) 너머로 매장 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들이 보인다.(사진= 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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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리코타 치즈는 서울우유 ‘나100%’ 우유와 생크림, 정제소금을 섞어 80도 이상 가열한 후 후구연산을 첨가, 응고시켜 12시간 이상 냉장 숙성해 만들어 낸다. 매장 문을 닫고 만든 뒤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 오전 출근 후 곧바로 숙성된 치즈를 꺼내 여러 가지 응용 제품을 만들어 판다.
밀크티도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이 아닌 매장 내에서 만든 수제품이다. 오리지널 밀크티의 경우 영국산 홍차잎을 넣어 12시간 이상 냉장, 숙성시킨 홍차와 따뜻하게 우려낸 홍차를 혼합해 나100% 우유와 홍차의 풍미를 조화시켜 만들어 낸다. 이 제품은 밀크홀 1937의 시그니처 메뉴다. 홍차잎을 우려내는 시간은 타이머로 따로 잰다. 인위적인 맛을 내는 홍차잎 파우더는 넣지 않는다. 그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밀크티 병입 과정.(사진= 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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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밀크티는 손수 유리병에 직접 넣는다. 유리병에 담고는 지전(紙錢) 작업으로 포장한다. 지전방식은 병우유에 우유를 담은 후 병 마개를 종이로 막는 방식을 말한다. 마개가 종이 동전 모양이어서 지전이라고 부르는데 1970년대까지 사용하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밀크홀 1937에서는 옛 방식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 밀크홀 1937 종로점에서 지전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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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병 뚜껑 지전을 찍었던 수동식 타전기.(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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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홀 종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군은 아이스크림이다. 전 제품군 매출의 약 35%가 아이스크림에서 나온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아이스크림 다음으로는 유리병에 든 우유제품이 잘 팔린다. 옛 감성을 담은 유리병을 갖기 위해 일부러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밀크홀 1937’은 유제품 수입개방과 출산율 감소로 소비계층 감소 등 국내 유가공업계의 위기 속에 ‘서울우유가 생산한 신선한 원유를 원료로, 직영점인 밀크홀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자’라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연말까지 2개점 내외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