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퇴직·취업 판도 바꾸는 '학비 보조금'

문승관 기자I 2017.12.25 06:00:00
[자료=신한은행]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이번에 희망퇴직을 할지 고민 중입니다. 애가 내년에 고3인데 드는 돈도 많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학자금을 목돈으로 받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현재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A보험사 부장의 설명이다. 과도한 사교육비 등이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사교육 시장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다. 금융권 채용과 퇴직의 판도마저 바꾸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자녀 학비보조’다.

◇퇴직신청자, 자녀 2명 최대 5600만원 지원

이달 3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현대해상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녀 학자금 지원이다. 근속 20년 이상 또는 4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퇴직금은 연봉의 약 2년에서 2년 6개월 치 위로금과 학자금이다.

학자금은 자녀 2명에게 1학기당 350만원씩, 최대 5600만원을 지원한다. 학자금을 포함하면 퇴직금은 최대 약 3년 치 연봉에 해당한다. 이들의 희망퇴직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당근책인 셈이다. 지난해 1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후 2년 연속 신청을 받다보니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라이프도 지난 9월 학자금을 포함해 연봉의 3년4개월 치를 준 덕에 예상보다 많은 15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희망퇴직을 단행한 우리은행도 자녀 학자금 범위를 고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확대하고 두 명까지 2800만원을 일시에 지급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1000만원을 지급했다.

희망퇴직 대상자 중에는 자녀가 대학을 비롯해 특목고, 자사고 등 수업료가 많이 드는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학비 지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녀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그나마 퇴직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자녀 학자금 지원이 적지 않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경력직 채용 조건 1순위도 자녀 학자금

신한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7대 핵심 이슈’ 자료에서 자녀가 있는 가구의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비였다. 자녀 1인당 쓰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원으로 조사됐다. 영유아(5세 이하) 때는 평균 12만원을 쓰지만 미취학 아동(6~7세)은 18만원, 초등학생은 30만원, 중학생 41만원, 고등학생 47만원으로 점점 불어났다.

사교육비의 지역 편차는 컸다. 서울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의 평균 사교육비는 50만원으로 강북(37만원)보다 13만원 많았다. 특히 고등학생은 강남 3구 사교육비가 월 86만원으로 강북(54만원)과의 차이가 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퇴직자뿐만 아니라 금융사 경력직 채용 때도 가장 우선순위로 조건을 내거는 것이 자녀 학자금 보조다. 최근 한 유명 부동산금융전문운용사에 경력직 3명을 채용하는데 3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연봉은 다른 운용사와 비슷한 수준인데 연간 평균 700만원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한 손해사정법인의 경력직원 채용 때도 학자금지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 손해사정법인 한 관계자는 “경력직의 입사 조건을 맞출 때 기본 급여 못지않게 이를 강조하는 직원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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