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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국적인데도 늘 봐온 듯한 설정. 선명한 색과 단단한 중량감을 꽉 채운 구성. 현실인지 허구인지가 헷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뭐 하나 튀는 것 없는 전경이지만 참 조화롭게 ‘이질적’이다.
이 풍경은 슈퍼픽션이 만들어냈다. 3인이 뭉쳐 2014년 활동을 시작한 디자이너그룹이다. ‘프레디의 차고’(Freddy Garage·2017)에서 보이는 프레디는 스콧, 프레디, 닉, 잭슨이란 슈퍼픽션의 대표 캐릭터 4인방 중 하나. 화이트칼라를 꿈꾸는 양복재단사, 전형적인 블루칼라노동자, 재단사의 조수, 서브컬처를 즐기는 흑인이발사다.
갑이 아닌 을인 이들이다. 을의 비애라면 영원히 갑을 꿈꿔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비참하거나 어두운 일상은 전혀 아니다. 되레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드러내는 근사한 플랫폼이 됐다.
작품은 디아섹기법으로 제작했다. 그림과 아크릴을 진공·압력·열로 접합해 서로 완벽하게 붙이는 기법이다. 프레임 없는 액자로 이해하면 된다. 덕분에 튀어나올 듯 또렷한 색과 은은한 광택까지 얻었다.
내달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갤러리 잠실점서 여는 기획전 ‘프레디’에서 볼 수 있다. 디아섹. 70×127㎝. 작가 소장. 롯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