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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울 “차라리 메르스가 낫다”
서울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350만명을 넘었다. 2014년 1142만명, 2015년 1041만명 등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성장세에 절대적으로 보탬이 된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지난해 경우 외래관광객 1350만명중 절반에 가까운 635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는 올해초 외래관광객 17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그동안의 성장세를 고려해 당연히 중국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로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60~7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마도 메르스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90%가 넘는 제주는 ‘멘붕’에 빠졌다. 지난 3일 ‘긴급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지만 별다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길어지는 것만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가장 큰 우려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라면서 “그동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주요 고객이었던 호텔이나 식당 등은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게 지금 제주의 현실이다”면서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시장 다변화와 개별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덧붙였다. 제주관광협회는 중국인 관광객만 받는 외국인기념품점과 대형식당 50여 곳, 최근 도시 외곽에 들어선 호텔과 대부분의 1급 호텔 등이 이번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 크루즈에 올인한 부산·인천
다른 지자체들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로 부산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50~7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부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단체관광이나 에어텔 등 여행사 상품 구매 미·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면서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6만 6000명.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94만 명에 달했다. 지난달 부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만4110명으로 전월 대비 17.5%, 전년 동월 대비 9.4%로 급감했다. 중국발 크루즈선도 방향을 틀고 있다. 오는 6월 톈진에서 관광객 4200명을 태우고 인천을 찾을 계획이던 대형 크루즈선도 최근 운항을 취소했다. 올해 31척의 외국 크루즈선이 261차례에 걸쳐 부산항에 머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3척이 26차례 기항을 취소했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천도 비상이 걸렸다. 3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선사가 올해 인천항 크루즈 부두를 사용하겠다는 신청건수는 81항차(관광객 17만명)였으나 이날 현재 44항차(8만9000명)로 줄었다. 인천항에는 지난해 총 16만 5000명의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가 62차례 머물렀다. 이 가운데 중국발 크루즈가 47차례(75.8%)였다.
두 달 사이 반토막이나 난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인 관광시즌인데, 15일부터 중국 여행사의 여행객모집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며 “단체 여행객모집이 중심인 크루즈 관광은 타격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