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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배 IPBES 부의장 "멸종동식물 늘수록 인간이 받는 혜택도 사라져"

한정선 기자I 2016.04.22 06:30:00

올해 2월 아태지역 대표해 생물다양성과학기구 부의장 맡아
“생물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 거둬"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생물종이 줄어들수록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경제, 환경적인 혜택도 줄어듭니다. 생물 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영배 서울대 약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IPBES는 2012년 설립된 정부간 연구협의체다. 생물다양성협약(CBD)에 과학적 자문을 제공한다. CBD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생물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협의체다.

서 교수는 국제 환경기구인 IPBES 부의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가 국제 환경규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뱀장어 생산량이 부족해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곳에서 생산하는 뱀장어를 국제 거래제한 품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실화되면 장어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는 타격이 크겠죠. 이때 뱀장어 치어가 급감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전에는 거래 금지를 유보하자는 의견을 전달 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가 열린 겁니다.”

다만 서 교수는 생물자원을 지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장어를 지키기 위한 생태계 보호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댐을 늘리면서 자연환경이 변화해 국내산 장어 씨가 말랐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게 됐고요. 생물자원 지켜내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세계 192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인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과거에는 유럽 제약사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채취한 토종식물 등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도 모든 이익을 독식했다. 그러나 2014년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이제는 생물자원 보유국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해당 생물이 서식하는 국가에 생물자원 개발에 따른 이득이 돌아가야 한다는 데 전 세계가 동의한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회가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권리도 의무도 없다.

식물학을 전공한 서 교수는 천연식물로 약을 제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서 교수는 “생물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가 든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투유유(85)전통의학원 교수가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다. 투유유 교수는 중국의 옛 의학서적을 뒤지던 중 개똥쑥이 말라리아 열을 내리는 데 효과 있다는 문구에 착안해 연구 끝에 개똥쑥에서 말라리아치료제로 쓰이는 ‘알테미시닌’ 성분을 발견했다. 투유유 교수는 작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의 부의장으로 선출된 서영배 서울대 약학과 교수가 서울 관악구 신림대 서울대 캠퍼스 사무실에서 생물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생물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상나무’와 ‘미스킴 라일락’이 토종 생물자원이 해외로 유출된 대표적 사례다.

구상나무는 1904년에 외국으로 반출돼 지금은 미국 등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인다. 세계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킴라일락은 1947년 미국의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채취한 한국 토종을 개량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작물 종자마저 수입하고 있는 처지다. 심지어 곤충 개체수 감소로 식물 수분(受粉)이 어려워져 꿀벌까지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물자원은 당장 우리의 먹거리, 우리 삶과 연관돼 있어요.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치가 높은 생물자원 개발을 자꾸 미루거나 놓쳐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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