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의 본질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돈의 순간이동이고 이는 경제활동에서 엄청난 자유를 준다. 현재 돈이 없어도 경제주체들은 미래 돈을 현재로 끌고 와서 소비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은행에 있는 내 돈을 순간적으로 다른 은행 심지어 해외로 이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기능은 수많은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시간을 넘나들며 돈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에 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 공간을 넘나들며 돈이 이동하려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전산 네트워크가 필수다. 이에 따라 금융은 주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전담해왔다. 그러나 일부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회사가 조직 비대화로, 또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혁신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금융회사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금융 영역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삼성페이’나 ‘애플페이’처럼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편리하게 해주는 방법이 개발됐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전담해온 자금중개기능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바뀌면서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거래를 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또한 투자관리 분야에서 기존 투자상담사가 제공하는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 업무를 자동화한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가 출현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 저장과 보안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새로운 금융거래 수단으로 등장했다.
핀테크의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산업 지형을 얼마만큼 바꿀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핀테크가 기존 금융회사들에 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핀테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핀테크에 대한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 노력 덕분에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핀테크가 금융서비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특히 ‘핀테크지원협의체’를 구성해 기업-금융회사-정부간 소통의 장을 만들고 활성화했다는 점은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주춧돌이 될 것이다. 한 예로 기존 은행산업에 활력을 넣어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인가단계에 있고 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과 금융회사들의 대응이 중요하다. 국내 금융산업에서 핀테크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행해야 한다. 첫번째는 소비자 관점에서 핀테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가 금융에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금융활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지급결제 차원의 단순한 편리성을 넘어 핀테크가 소비자의 금융 의사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존에 정보 부족, 틀에 박힌 금융회사의 금융서비스 관행 등으로 정당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도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번째, 글로벌한 관점에서 핀테크 정책 및 금융회사 대응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 핀테크 기업과 국내 금융회사로만 이루어진 생태계가 아니라 해외 핀테크 기업과 해외 금융회사까지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만일 독자적 생태계 구축이 어렵다면 이미 구축된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에 국내 핀테크 기업과 국내 금융회사가 적극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핀테크 정책 또한 이러한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에 국내 핀테크 기업 및 금융회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