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돌도 안된 아기를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어요?”
10개월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지만 아기가 돌이 되면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1년을 기다린 끝에 돌아온 어린이집 순서를 거절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내 딸은 걸음마도 떼기 전 어린이집에 입성했다.
어린이집 세계는 참 이상했다. 국공립이나 삼성어린이집과 같이 좋다고 소문난 어린이집은 기본 대기인이 수백명에서 수천명 이상이고, 당장이라도 등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가정 어린이집도 6개월은 기다려야할 만큼 공급이 부족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놔야한다는 결혼 선배들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거다.
이 부분만 보면 들어가지 못해 안달난 것 같은데 한편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불신감은 더 커진다. 대부분 선량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열악한 처우에 힘들게 일하면서도 괜시리 위축되고 나처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은 몹쓸 엄마가 되곤 한다. 며칠 전 만난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은 밤낮으로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는데 한번씩 교사 폭행사건이 나오면 힘이 쫙 빠진다고 토로했다. 의심의 눈빛이 가득한 학부모들의 시선 속에서 그나마 활짝 웃으면서 등원해 어린이집이 재밌어서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위안이라고 했다. 교사를 믿지 못하는 부모와 아이를 때리는 교사,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얼마 전 터진 인천 어린이집 원아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회에서는 전국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하기로 했다며 민심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한다고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없어질 리 만무하다. 이번에 밝혀진 폭행사건 모두 CCTV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것만 봐도 문제의 본질은 다른데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가 어떤 이유 때문에 네 살 밖에 안되는 아기를 날아갈 정도로 때렸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교사가 될 기본 자질이 안된 사람이 교사로 있는 거라면 현행 교사 자격기준이 잘못된 것일테고 열심히 일하는데 그에 응당한 처우를 받지 못해 순간적으로 화가 난 거라면 교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그 정도의 폭력을 행사한 건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해당 교사만 쥐잡듯이 잡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어린이집 교사의 채용시 진입장벽은 매우 낮다. 누구나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으로 교사를 채용하니 교사가 될 인성이 안되는 사람인데도 채용될 확률이 높고 교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처우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간 어린이집 평균 급여가 120여만원 수준인 것만 봐도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하루 종일 애랑 씨름하다 보면 엄마인 나도 욱할 때가 있는데 어린이집 교사라고 다를까. 안그래도 힘든데 대우까지 열악하면 그 화가 아이들한테 갈 건 자명하다.
정부가 확대한 보조금의 효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시라도 원장들의 배만 불리고 있진 않은지 정책의 세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라도 면밀히 살펴 믿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길 학부모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