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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의도 정가에 ‘기업 증세’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여당의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이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가능해, 야권의 법인세 인상안과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사실상 ‘가계 증세’가 이뤄진 만큼 올해는 기업에 대한 과세논의가 주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여권은 투자가 저해될 수 있다는 논리로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올해 연말 여야간 ‘세금전쟁’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업증세‥與 “경기악화” 野 “세수확보”
18일 국회에 따르면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내유보금의 수준에 따라 법인세율을 최고 25%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올해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신청했다.
개정안은 지난 2년간 투자되지 않은 기업 사내유보금 잔액의 증가율이 임금·배당의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에 대해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를 부과하자는 게 뼈대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10%) △2억~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22%) 등 3단계 누진세율로 구분돼있다. 여기에 사내유보금을 기준으로 최고세율 25% 구간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법인세 증세법안인 셈이다.
최 의원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부가 곧 국회에 제출할 법인세법 개정안(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등과 함께 연말 국회 기획재정위 산하 조세소위에서 병합 심사된다.
새정치연합은 올해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에 25%를, ‘2억~ 500억원 이하’ 구간에 22%를 각각 매기자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점법안으로 정했다. 정의당은 더 높은 인상폭을 주장하고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최고구간 ‘1000억원 초과’를 신설하고, 그 세율을 30%로 하자는 게 골자다.
기업에 대한 여권의 문제의식은 야권과 크게 다르진 않다. 최근 기업의 소득 증가율이 가계에 비해 더 높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에 대한 페널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사내유보금 과세방침도 이같은 고민에서 나왔다.
하지만 법인세 증세는 얘기가 달라진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면 당장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게 여권의 우려다. 오히려 법인세율이 낮아야 경기가 회복돼 세수가 더 확대될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조세소위 소속이었던 여당 한 의원은 “지난해 법인세 인상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었던 것은 그만큼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권 정책라인 핵심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을 향한 마지막 경고”라면서도 “그 세수목표는 0원”이라고 강조했다. 세금을 통해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는데 그 정책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연말 조세소위서 법인세 화두될 듯
정치권 일각에서는 올해 여야간 세금전쟁의 정점에는 법인세법이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팀’이 야심차게 내놓은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는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38%) 과세표준 구간을 낮추는 등 가계부문의 증세에 합의했다. 올해는 가계소득 증대에 이견이 없는 만큼 기업이 증세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법인세율은 지난 2001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이기도 하다. 2001년 당시 과세표준 최고구간(1억원 초과)에 27%의 법인세율이 적용됐지만, 현재는 최고구간이 ‘200억원 초과’로 높아졌고 최고세율은 22%로 낮아졌다.
국회 기재위 한 관계자는 “법인세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워낙 첨예해 올해도 새해 직전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든 야든 법인세 이슈가 다른 상임위의 쟁점법안들과 함께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빅딜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