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여·야 두 후보가 부동산·개발 공약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규제 완화·대형 개발을 통한 도시 발전’을 앞세우며 공세를 펴면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개발의 적절성’을 강조하며 맞받아치는 식이다.
하지만 오가는 말의 이면에 놓인 세부 개발 공약은 두 후보 간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엇비슷하다. 오히려 차이가 선명한 것은 주거 복지 분야다. 이렇다 보니 두 후보가 내놓은 선거 공약에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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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개발 공약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후보 간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재개 문제다. 당초 ‘통합 개발 재추진’(정몽준)과 ‘재개 불가능’(박원순)이라는 대립각을 세웠지만 양쪽 다 용산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기본 입장은 같다.
다만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철도 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아우른 큰 밑그림을 먼저 만들어놓고 사업을 3~4개 단계로 나눠 추진하느냐’, ‘현실 여건에 맞춰 보다 시급한 주거지 개발에 먼저 착수하느냐’가 다른 점이다. 이해관계자가 아니라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른 개발 공약도 마찬가지다. 마곡, 창동, 구로·금천 등 지역 거점 개발 방안들이 대부분 중복된다. 정 후보가 내놓은 공공기관 이전부지 및 서울시내 유휴부지 30여 곳을 개발한다는 안건 역시 서울시가 현재 내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과 겹치는 것이 많다.
청사진이 크게 다른 것은 ‘서울역 고가도로 하이라인 파크 조성’(박원순)와 ‘서울~칭다오 간 뱃길 및 한강변 백사장 조성’(정몽준) 정도가 꼽힌다. 하이라인 조성 방안은 내년 철거를 앞둔 폭 8.4m, 총 길이 914.5m의 서울역 고가도로를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와 같은 공원으로 새 단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후보 측은 한강 뱃길 사업을 재개하는 동시에 노들섬에 대관람차를 설치하고 뚝섬·광나루·여의도·반포에는 백사장을 조성해 한강변을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개중 온도 차가 감지되는 것은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 분야다. 박 후보가 재임 시절 뉴타운 출구전략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주거 재생 사업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반면, 정 후보는 용적률 등 각종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해 침체에 빠진 사업을 다시 활성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朴 “2·3인용 주택 20만채 공급” vs 鄭 “원룸 더 짓겠다?”
주거복지는 상대적으로 두 후보 공약의 차이가 뚜렷하다. 박 후보가 종합 대책 수준의 공약을 내놓은 반면, 개발에 역점을 둔 정 후보 측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아서다.
특히 박 후보 측은 청년과 기성세대 양쪽 모두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안심(임대)주택 8만호 공급 외에 2020년까지 신혼부부 등 2·3인 가구를 위한 전용면적 40~60㎡ 소형주택 20만호를 공급하고, 세대융합형 임대주택을 도입하는 것을 통해서다. 세대융합형 임대주택이란 장·노년층의 집을 대학생·사회초년생 등에게 저렴하게 제공해 어르신은 임대소득을 얻고, 청년들은 주거비를 줄이는 모델이다.
반면 정 후보 진영이 마련한 원룸·기숙사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다소 적절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고 평가받는다. 최근 몇 년 새 서울에 원룸 공급이 급증해 수익률 하락, 주거환경 악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순 공급 확대만이 아닌 원룸이나 2·3인용 주택 주변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개발 공약이 과거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집값 급등기를 지나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최근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전 이슈가 타 의제를 압도하는 최대 화두로 떠올라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유권자들이 더 이상 부동산 개발 공약에 민감하지 않다보니 눈에 띠는 이슈가 없다는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며 “개발 공약들은 이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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