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김혜자

플레이DB 기자I 2014.05.05 07:57:05
“연극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김혜자
국민 엄마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 김혜자는 여섯 살에 어른들을 따라 보러 간 여성국극단 연극에서 무대 위의 여자가 칼을 차고 남자 역할을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배우가 뭔 지도 모르고 그저 저런 거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에 품은 ‘배우의 꿈’. 1963년 방송국 공채로 시작한 TV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의 배우 인생은 이제 어느덧 50년을 넘겼다
김혜자는 말한다 “난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 그는 지난 1년을 오롯이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에 매달려 지냈다.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오스카가 외래 병동의 가장 나이 많은 간호사 장미 할머니와 함께한 삶의 마지막 12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가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오스카와 함께 매일 매일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살면서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신에게 왜냐고 물었죠. 하지만 신은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정해진 답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삶을 보는 법을 배웠어요. 그러니깐 아무것도 허투로 할 수 없어요. 마치는 날까지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죠.”

전달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작품이라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만큼 컸다. 거기에 1인 11역의 모노드라마로 대사량도 많다. 그래서 연습도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연습을 거듭하면서 힘이 생기는 걸 느꼈어요. 내가 애 짓 한다고 애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방법으로 진짜 열 살 아이처럼 보이겠어요. 재주를 백 번 넘어도 안돼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오스카는 하느님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걸까, 또 장미 할머니 같이 인생을 많이 사신 분들은 오스카와 같은 어린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스카와 산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그는 “연극은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알아가고, 오늘 몰랐던 걸 내일 알아가는 작업이에요. 연극은 언제나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라며 연극의 매력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한다.

의지 가지가 없는, 아무 데도 기댈 데도, 핑계 댈 데도 없는 무대. 연기 경력 52년의 대배우에게도 무대는 매번 긴장된다. “항상 기도를 해요. 무대 오르기 전 한 시간 전부터는 혼자 있어요. 집중하려고 굉장히 애쓰죠.”

그는 모름지기 배우라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할이 주어지면 맡은 역과 마음이 똑같아져요. 힘든 역을 하면 나도 힘들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허투로 할 수가 없어요. 열심히 해야죠. 배우가 어떻게 쉬운 것만 하겠어요.” 라며 완성된 배우란 없으며 계속해서 공부하며 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늘 그리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과 배우의 길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연기 외에 다른 거는 아무것도 몰라요. 연기하는 것,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 두 가지 만으로도 벅차요. 둘 다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20년 전, 여행 떠나듯 편한 마음으로 갔던 아프리카에서 그곳의 비참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배고픔과 전쟁에 희생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오스카처럼 신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고 투정도 부렸었죠. 내 인생에서 연기하는 게 반이면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반이에요.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내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쓰이게 하려고 신이 나를 유명한 배우로 만들었구나 싶어요.”

그런 마음 때문에 20년 넘게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마음이 간절해져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머리 속에 생각은 하고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많죠. 앞으로도 이제껏 해왔듯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마음을 다해 할 거에요.”


유독 가슴 아픈 일이 많은 요즘, 장미 할머니라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아픈 오스카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게 아니에요. 몸 성한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에요. 매일 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봐야 해요. 우리는 인생을 너무 낭비할 때가 많아요. 며칠을 살더라도 얼마만큼 가득 차게 사느냐 그게 중요합니다. 삶은 선물임을 잊지 마세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