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에 눈밭인지 저수지인지 모를 정도로 변해 버린 의림지의 전경. 아름다운 설경에 고즈넉함까지 한가득인 의림지를 산책나온 한 시민이 제방을 따라 유유히 걸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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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자요수인자요산’(智者樂水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소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과 어진 사람까지 찾는 한 곳이 있으니 산 좋고 물 좋은 곳. 국내에선 충북 제천이 바로 그곳이다. 청풍호의 푸른 물결 위로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실으면 쪽빛 하늘이 내려와 돛이 되고 그림 같은 호반의 풍광은 연인처럼 따라다닌다. 청풍호를 중심으로 펼쳐진 자드락길에선 고운 빛깔을 담아내는 아름다운 금수산의 기암 절경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월악산과 용두산, 옥순봉 등 제천의 이름 높은 산들은 쉬이 속살을 길손에게 내어준다. 겨울 산 아래 비단결 같은 청풍호와 수려한 산세, 폭설이 내려 설국으로 변한 의림지에서 겨울풍경에 취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고요가 살며시 다가와 가만히 손을 내밀고 느리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속삭일 것이다.
| 백봉 호반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 호반의 모습. 백봉 정상에 오르면 4면이 트여 있어 청풍호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첩첩산중 옥빛 물길 흘러드는 풍광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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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이 백봉 정상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 청풍호반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괴곡성벽길 구간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이 펼쳐지는 자리가 바로 백봉 정상이다. 여기 서면 옥순대교와 그 너머로 청풍호 상류 쪽이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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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 오솔길 ‘자드락길’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반 주변에 자드락길이 생겼다.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에 난 작은 오솔길이란 이름의 자드락길은 이름에서 주는 어감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길이다. 산기슭 비탈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수도 보이고 높은 준봉들의 운치도 느낄 수 있다. 길은 총 7코스로 코스마다 아기자기한 섬 같은 산들과 호수의 수면이 닿는 선, 수많은 명산의 연봉과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황금빛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마치 그림 같은 길이다.
자드락길은 총 길이 58㎞. 코스마다 개성이 뚜렷해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그중 여섯 번째 코스인 괴곡성벽길은 자드락길의 백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괴곡성벽길은 삼국시대 쌓은 성벽이 있었던 곳으로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날 만큼 자연이 그대로 보전된 곳이다. 길은 옥순봉 쉼터에서부터 시작해 괴곡리와 다불리를 지나 지곡리 고수골까지 이어진다. 자드락길 가운데서도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가는 길마다 멋진 조망과 다양한 식물군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어 재미와 만족도 역시 상길이다.
그중 청풍호를 감상하는 데 더 없는 ‘명당’이 있다. 수산면 괴곡리 뒤로 솟은 백봉 정상이 바로 그곳. 백봉으로 가는 길 또한 뱀이 똬리 틀 듯 구불구불 이어진 산모퉁이길로 자드락길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백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다불리는 충북의 하늘 아래 첫 동네. 겨울이 왔음을 알리듯 지붕 위로 쌓인 눈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가 제법 운치 있다.
제천은 백봉 정상에 전망대를 만들었다. 아직은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첩첩산중으로 옥빛 물길 흘러드는 풍광이 어찌나 장쾌한지 도시에서 생긴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그 유명한 옥순봉이 발 아래 아득하다. 탁 트인 시야가 어느 곳과 비교 안 될 만큼 압권이다.
| 폭설에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뀐 의림지의 모습. 노송과 느티나무 위 그리고 저수지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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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흑백의 수묵화…눈 덮인 ‘의림지’
제천 10경 중 으뜸은 어디일까. 바로 ‘의림지’다. 제천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유서 깊은 곳으로 제천 시민의 애정이 남다르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수리시설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시사철 맑고 푸른 제천의 하늘을 담아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의림지는 삼한시대 이후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저수지 바로 아래서 지하수가 나온다고 하니 선조들의 혜안에 놀라울 뿐이다.
의림지는 저수지로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 본래 ‘임지’라고 불렸다. 이후 고려 성종(992년)이 군현의 명칭을 개정할 때 제천을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 했고, 그 이후로 제천의 옛 이름인 ‘의’를 붙여 의림지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의림지를 찾은 것은 늦은 오후. 마치 주위의 모든 빛을 삼켜버릴 기세로 눈은 하염없이 내렸다. 어렵사리 도착한 의림지는 이미 온 세상이 하얀 듯 설국(雪國)이었다. 제방에 늘어선 수백 년 된 소나무도 소금을 뿌려놓은 듯 수북이 눈이 쌓였다. 마치 노송의 나이라도 알려주기라도 하듯 새치처럼 내려앉았다. 노송의 몸체가 어찌나 우람한지 굵은 가지 위로 쉴 새 없이 눈은 쌓인다. 제방과 저수지 주변에는 수백 년 묵은 노송들을 비롯해 수양버들,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이룬 숲도 온통 하얀 세상이다. 영호정, 경호루, 우륵정 등 호반에 세워진 누정에서는 눈을 피하려 몸을 피한 이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온 세상이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한폭의 수묵화다.
의림지는 겨울철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바로 공어라고도 불리는 빙어낚시터로 유명한 까닭이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에 구멍을 뚫고 빙어를 낚노라면 한겨울 추위쯤은 저 멀리 달아난다. 또 해마다 1월이면 동계민속대제전이 열려 겨울 나그네들을 불러들인다.
| 폭설에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뀐 의림지. 노송과 느티나무 위 그리고 저수지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변해 버린 의림지에선 고즈넉한 겨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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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 제천 관광지도. 자드락길 6코스 괴벽성벽길과 의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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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드락길은 전체 7코스 외에 뱃길이 하나 더 있다. 자곡리 나루터에서 옥순대교 나루터로 이어지는 호반길이 바로 그 길. 금수산과 옥순대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선박 이용 요금은 1인당 5000원이다. 4명 이상 승선 시 운행하므로 가족단위로 이용하기에 좋다.
△가는 길
▷의림지
자동차=제천 나들목→단양 및 영월 방면→제천 교차로→세명대 및 법흥사 방면 왼쪽 길→제천북로→의림대로→의림지.
대중교통=전국 각지에서 열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이용해 제천으로 온 뒤에 의림지(서명고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자드락길(괴곡성벽길)
자동차=중앙고속도로→남제천 IC→82번 지방도로→금성∼옥순대교
대중교통=제천 시내에서 수산면으로 가는 버스가 1일 3회(05시 40분, 12시 20분, 16시 20분) 있다.
| 온세상이 흑과 백 두 가지 색으로 변한 의림지. 쉴새없이 내리는 눈은 그대로 쌓이며 모든 색을 집어 삼켜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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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에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뀐 의림지. 노송과 느티나무 위 그리고 저수지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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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에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뀐 의림지. 노송과 느티나무 위 그리고 저수지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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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에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뀐 의림지. 노송과 느티나무 위 그리고 저수지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변해 버린 의림지에선 고즈넉한 겨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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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에 눈밭인지 저수지인지 모를 정도로 변해 버린 의림지를 시민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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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드락길 6번째 코스인 괴곡성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풍호반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괴곡성벽길은 옥순봉쉼터에서부터 시작해 괴곡리와 다불리를 지나 지곡리 고수골까지 이어진다. 등산객이 산기슭 비탈길을 걷가 잠시 벤치에 앉아 청풍호반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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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이 백봉 정상에 올라 청풍호를 바라보고 있다. 발 아래 옥순봉이 아득하게 보이고 코발트 빛 청풍호반은 하늘을 삼킨 듯 청명함 그 자체다. 탁 트인 시야가 어느 곳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압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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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 이어지는 괴곡성벽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산세가 워낙 험하고 성벽처럼 닫혀있다고 괴곡성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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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곡성벽길을 따라 등산객들이 하산하고 있는 모습. 백봉 정상에서 다불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괴곡성벽길은 부근의 산세가 성벽처럼 닫혀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만큼 산세가 험한 편이라 초보자가 걷기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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