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중에서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은 민감한 현안이다. 6월 국회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입법전쟁’의 최우선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꼽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소관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내에서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의원들로 분류되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입장을 듣고 좌담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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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가장 큰 쟁점은 부당내부거래의 요건을 완화하는 문제다. 그 중에서도 특수관계인의 부당내부거래를 현행 공정거래법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외에 제3장(경제력집중 억제)에서도 다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총수일가에 대한 지원행위의 ‘부당성’을 경제력집중 여부로도 판단해 입증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재계가 개정안을 강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용태(이하 김)=계열사간 거래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당한 내부거래와 정당한 내부거래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다. 3장에도 이를 신설하게 되면, 기존에 요구하던 ‘경쟁제한성’ 대신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명분만으로 규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간 거래는 단지 크다는 이유만으로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민병두(이하 민)=불공정거래를 입증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시장거래’를 통해 ‘시장가격’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의 실제는 내부거래의 형태여서 시장거래도 아니며,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현행 5장 만으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자는 주장은 그 선의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지 말자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경쟁제한성은 공정거래법의 본질적 입법목적이다. (경제력집중 같은) 이와 무관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것은 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란 지적이 많다.
민=일감몰아주기의 본질은 내부거래 그 자체가 아니라 내부거래를 빙자해 재벌 2·3세 등에게 물량을 통한 편법상속과 편법증여를 일삼는 것이다. 3장을 통해서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
◇부당내부거래의 위법성 요건 완화해야 하나
부당내부거래의 위법성 요건 완화 문제를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규정한 현행법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하느냐의 문제도 쟁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5장 23조에서는 ‘부당성’(경쟁제한성)과 함께 ‘현저성’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그동안 대기업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이러한 엄격한 요건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지나친 완화는 공정위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민=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입증 요건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때 ‘상당성’ 요건으로 바꾸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품질·기술·계약조건 등의 변수로 인해 어떤 거래도 시장 평균가와 동일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그동안 ‘현저성’ 요건을 둬 법률과 현실의 완충(세이프가드)역할을 했는데, ‘상당성’으로 개정되면 시장 평균가와 경미한 차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의미가 매우 모호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증책임를 누가 지느냐’도 주요 쟁점이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란 개정안 문구가 시발점이었다. 그래서 ‘정당하게’란 단어를 ‘부당하게’로 재개정하면, 기업이 입증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느냐는 대안까지 나왔다.
김 의원은 그러나 여전히 기업의 부담을 우려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공정위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법 제3장에 규정을 신설하게 되면 부당성의 본질이 경제력집중 억제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기업매출만 커지면 경제력집중으로 볼 수 있어 공정위는 입증부담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 의원은 “부당성을 요건으로 하면서도 입증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부당한 지원으로 한정했을 경우 입증책임은 당연히 공정위에 있게 된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일감 받은 쪽도 동일하게 처벌해야”
이른바 ‘30%룰’도 화두다. 총수 지분율이 30%가 넘는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는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제방안이다. 공정위가 삭제입장을 밝혔고, 두 의원도 추가 검토 내지는 반대 입장이다.
민=보유지분으로 부당내부거래의 지시·유도에 관여한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하다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본다.
김=삭제해야한다. 지분보유 사실만으로 범죄의 성립을 추정하게 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또 부당내부거래 관여사실은 재판에서 검사가 입증해야지 법률로 이를 추정한다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
두 의원은 일감을 준 쪽(지원주체)외에 받은 쪽(지원객체)도 지원받지 않을 의무를 신설, 법 위반시 동일하게 처벌해야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유사한 답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법률 위반시 지원주체와 객체의 쌍방처벌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일리 있는 주장이다. 지원객체에 대해서도 규제 필요성이 있는 이유는 일감몰아주기의 본질이 편법상속과 편법증여라는 점에 있다”며 “다만 지원객체에 해당되는 요건과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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