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강남 재건축 ‘바닥’일까 ‘반짝’일까

박종오 기자I 2013.02.07 06:35:00

한달새 주요단지 호가 2000만~7000만원 상승
"오른 집값에 사는 사람 없어..불확실성 여전"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작년까지 개포지구는 집이 팔려도 급매물만 나갔어요. 아주 싸게 나오지 않으면 집 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았죠. 하지만 올 들어 매수문의가 늘어나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

극심한 거래 부진에 빠진 서울 주택시장에 강남 재건축발 훈풍이 불고 있다. 사업 불확실성이 걷힌 강남 개포주공 등 대형 단지를 중심으로 연초부터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반등세가 나타나 상승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강남 재건축은 주택시장 ‘가늠자’ 역할을 하는 만큼 전반의 활기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강남구 재건축 ‘꿈틀’…심상찮은 개포주공 상승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주간 추이(%)(자료제공=부동산114)
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지난달 25일 14주만에 첫 반등한 뒤 2주 연속 오름세다. 특히 강남구는 지난달 말부터 0.4%, 0.52% 잇따라 올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개포동 한영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 5억8000만원선에 거래되던 주공1단지 전용 36㎡의 호가가 올들어 6억4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실시된 금융소득 종합과세 방안에 대한 부담이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관심을 돌렸고 새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기대감도 이 지역 재건축 매수문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주공1~4단지와 시영아파트는 지난해 전 단지가 정비구역 지정을 끝냈다. 올 들어선 3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에 탄력이 붙은 것도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는 요인이 됐다.

◇송파·강동·반포 재건축 단지서도 ‘훈풍’

총 6600가구 규모로 이미 주민 70% 이상이 이주를 마친 송파구 가락시영과 1만가구 넘는 매머드급 단지로 재건축 될 강동구 둔촌주공(5930가구) 등도 연초 들어 호가가 크게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락시영1차 전용 51㎡는 연초 5억5000만원에서 1월 말 5억8000만원에 매도 호가가 올라 현재까지 강보합세다.

지난달 서울시가 재건축계획안을 승인해 본격적인 사업 발판을 마련한 둔촌주공은 재건축 승인(1월16일) 이전 5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1단지 58㎡가 현재는 5억4000만~5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 가까이 시세를 올렸다.

반포지구 노른자위를 차지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작년말까진 1단지 전용 72㎡가 9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지금은 10억원 이하로는 매물을 찾을 수 없다”며 “집주인들이 기대감을 키우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의 매도호가 비교 (자료=각 지역 중개업소 취합)


◇“집값 바닥론 나오지만 불확실성 여전”

이처럼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일제히 호조를 보이면서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재건축 시세의 반등은 집값이 저점을 찍었다는 신호라는 얘기다. 다만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두고 추세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전문가도 많다. 호가는 올랐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데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대내·외 경제 여건 등 주택시장의 주요변수들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연초 재건축사업이 진척을 보이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일시적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 집값 바닥을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재건축 사기를 원한다면 급매물 중심으로 대출은 최소한으로 줄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