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김인경 기자] “남겨진 문제는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조세부담과 이에 상응하는 복지지출의 적정 조합을 찾아내는 일이다”(안종범·안상훈 2010년 논문 중)
집권 5년간 134조5000억원을 들여 복지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정부 출범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부처는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수정보완론’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새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원회에서 마련돼야 한다. 인수위원들은 철통보안 속에 ‘묵묵부답’이지만,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고용복지복지분과 ‘3인방’(최성재 간사, 안종범 의원, 안상훈 교수)이 과거부터 줄곧 강조해왔던 목소리를 통해 새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 우선.. 합의 전제 증세 거론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담당했고 현 인수위에서 고용복지분과위원을 맡은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2011년 발표한 ‘복지재정 확립과 복지정책 개혁’이라는 논문에서 복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복지수요 급증을 감안하면, 재원조달 가능성과 실효성 확보가 정책수단의 핵심과제라는 지적이었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정부부처의 고민도 이 점에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을 통해 집권 5년간 134조5000억원의 복지재원 가운데 71조원을 예산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10조6000억원을 복지행정개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체 소요재정의 60.6%(81조6000억원)를 세출 절감 즉 ‘예산 쥐어짜기’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세입 측면에서는 세율 인상을 통한 직접 증세보다는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제개혁과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정개혁을 통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더라도 필요 재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결국 공약 재검토와 증세 불가피론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복지분과 위원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궁극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최재성 간사는 2004년 발표한 논문에서 ‘복지비용의 국가, 민간의 분담’을 제시했고, 안종범 의원도 “적정 복지지출 수준과 적정 조세부담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당선인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등 박 당선인의 대표 복지공약 상당수가 집권후반기로 갈수록 재정부담이 높아지는 ‘단계적 공약’이라는 점도 증세 불가피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복지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들은 재원 누수 현상을 막고 부처별 산재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통합·조정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정책 총괄 기구는 대통령의 실행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만간 발표될 2차 정부조직개편안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대통령 직속이냐, 국무총리 직속이냐의 문제만 남았다.
고용복지분과 위원들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복지 컨트롤타워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원조달을 총괄하는 한편 사후 평가를 통해 정책 개선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종범 의원은 과거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중복·과잉급여 등 비효율성 문제가 있다”며 “제도간 연계를 강화하고 노동·복지서비스가 통합 제공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내에 미국의 기획·평가차관보실(ASPE) 같은 ‘정책 평가 컨트롤타워’ 구축을 주장했다.
안상훈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 직속 ‘사회보장위원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기고문에서 “개별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수정대안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성재 간사 역시 과거 논문에서 ‘인구고령사회기획단’을 법적기구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출범한 ‘인구고령 사회기획단’은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되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개편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대통령 직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조정됐다. 박 당선인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폐지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제3차 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당선인은 “컨트롤타워는 보건복지부에서도 할 수 있다”면서도 “완벽한 노인소득 보장을 꼭 실현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