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계 걱정하는 여성의 성매매 위헌심판 제청

논설 위원I 2013.01.11 07:00:00
“한밤중에 잔혹한 현실이 천둥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네/ 소중한 꿈은 치욕으로 변했네/ 내가 꿈 꾸었던 인생은 지금의 이 지옥과는 너무도 달라 /이제는 모두 다 짓밟혀 버렸네”

최근 상영중인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비운의 여인 ‘판틴’(배우 앤 해서웨이)은 공장에서 쫒겨난다. 그리고 돈이 없어 거리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를 뽑아 판다. 이어 몸마저 판다. 남자를 받은 뒤 그는 이런 슬픈 노래를 불러 관객의 눈물을 자극한다.

영화와 비슷한 현실이 한국에 있다.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한 성매매 여성 김모씨(42)의 사정은 딱하다. 스무살 전에 부모를 모두 잃은 그는 25살에 교통사고를 당한 다음 미용사를 포기했다. 김 씨는 다리가 부실해 식당 일도 못하니 성매매 말고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는 “빨리 돈을 벌어 청량리(집창촌)을 벗어나고 싶다”며 “지금 지내고 있는 6.6㎡(2평) 남짓한 다락방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단속당하던 날 경찰 3명이 들이닥쳐 옷을 입으려는데 ‘증거가 필요하다’며 입지 못하게 하고 사진을 찍더라. 그때 처음으로 ‘내게도 인권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사고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고 있다. 최근 서울북부지법의 한 판사는 성매매 처벌이 위헌에 해당하는지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첩을 두거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현지처 계약은 놔두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만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 법률의 위헌여부보다 이 소식 자체로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현실적으로 성매매를 좋아서 할 사람은 없다. 판틴이나 김씨처럼 달리 돈을 벌 수단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한계에 몰린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도록 구제하지도 못한다.

더욱이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하는 바람에 성매매가 음성화되는 부작용도 있다. 성매매 여성이 단속을 피해 찾아간 모텔 등에서 몸이 강제로 묶인채 폭행을 당하고 업주에게 폭행을 당해도 호소하지 못해 그들을 더 울리는 점도 있다고 한다. 복지를 확대하면서 성매매 단속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우리 사회는 본격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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