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더딘 회복 징후도 보이곤 있지만, 대체로 미국 주택경기는 상당기간 더 바닥권에서 맴돌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와 상무부의 신규주택 판매 등 주택관련 지표들이 미지근한 결과를 보였다.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5월에 전월보다 1.0% 상승, 2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개인들이나 주택사업자들이 봄철 활발하게 주택 구입에 나서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좌측 그래프 참고)
그러나 20개 대도시의 전년동월대비 가격지수는 4.5%나 급락했다. 시장 전망치와 같았고, 특히 지난 2009년 11월 이후 18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6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대비 1% 감소한 31만2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특히 블룸버그가 조사한 폴 전망치였던 32만채에도 못미쳤다.
◇ 넘치는 공급, 줄어든 수요
이같은 주택지표 부진은 근본적으로 시장내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서 야기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급물량은 넘치는데 집을 사려는 수요는 오히려 줄어든 탓이다.
BMO캐피탈마켓의 제니퍼 리 이코노미스트는 "차압물량이 너무 많고 팔리지 않는 집도 오버행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고용시장은 아직도 회복이 더디니 주택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집값은 연말까지 계속 침체양상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햄허스트증권의 로리 굿맨 주택시장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주택압류나 헐값세일 대상이 되는 주택을 일컫는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가 4월말 현재 335만채로, 최근 2년새 68%나 급증했다고 한다.
RBC캐피탈마켓의 톰 포첼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이 심하다"며 "이 탓에 주택가격은 상승하지 못하고 있고 주택 판매도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딘 회복..바닥권 더 맴돌듯"
이처럼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회복의 징후들은 미약하게나마 보이고 있다. 연방주택금융공사(FHFA)의 5월 미 주택가격은 2개월 연속 상승했고 주택경기의 선행지수격인 6월 주택착공 건수는 6개월래 최고를 기록했다.
조셉 라보냐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나온 주택지표 전반적으로는 부정적 신호가 더 많지만, 작년 하반기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반사효과나 최근 약간의 개선신호를 보이는 주택지표를 볼 때 경기는 더 악화되지 않고 서서히 바닥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택경기가 바닥권에서 맴도는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스-쉴러지수 개발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하우징뷰스닷컴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이 아직도 바닥을 쳤다고 자신하기 어렵다"며 "주택재고가 줄어들고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더 확산돼야 하는데 대부분 주택 구입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이빗 블리쳐 지수위원회 회장은 "현재는 계절적으로 주택수요가 강한 시즌이라 전월대비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며 "바닥 근처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는 주택경기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