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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3rd]새내기 CEO에 길을 묻다

권소현 기자I 2011.05.04 08:11:30

제3회 마켓in 매거진 피플..투자자문사 생존전략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3일 09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투자자문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주식시장 랠리와 자문형 랩(wrap) 상품의 인기, 스타급 CEO들의 잇단 업계진출 등 투자자문사들을 둘러싼 화제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한껏 달궈진 투자자문사의 열기를 식힐 규제가 업계에 드리우며 새로운 생존전략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올 초 자문업계에 새롭게 문을 두드린 두 CEO들의 입을 통해 자문형 랩시장의 성장과 당국의 규제 움직임, 업계의 생존전략, 올해 시장 전망 등을 솔직히 들어봤다.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대표와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 연세대학교 87학번 동갑내기면서 하루차이로 자문사 문을 연 업계 동지이기도 하다. 두 새내기 자문사 CEO들이 이데일리 16층 회의실에서 마주했다.


"자문사 숫자 의미없어…1조 10개 이상은 나와야"

▲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대표
이정훈 이데일리 시장팀장(이하 이)=회사를 설립한지 이제 막 한 분기를 넘긴 새내기 CEO인데….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대표(이하 김)=쿼드는 네모란 뜻이다. 네모 반듯한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었다.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파트너십이 기본이다.같이 창업한 황호상 전무는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이어 헤지펀드에서 일했고, 박주평 이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었기 때문에 잘 하는 것도 각자 다르다. 이런 특성들의 아귀를 잘 맞추면 좋은 자문사가 될 것 같다.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이하 박)=프렌드라는 이름은 지난 2000년부터 생각해 뒀다. 시장에 가장 친화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전에도 자문사공동대표로 1년 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운용철학을 위해 독립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각자 색깔있는 여러 자문사나 운용사들이 생기면 펀드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타급 CEO들이 업계에 뛰어 들고 있고 자문형랩 시장이 커지다 보니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김=자문사가 120개가 넘는다는데 절대적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이 과도기적인 시기인데 경쟁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자산배분을 보면 제일 많은 부분이 부동산이고 채권이나 예금 등이 그 다음이다. 이 자금 중 상당한 금액이 주식으로 나와야 한다.

박=CEO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우리나라에 1조 원 규모의 자문사가 10개 이상 나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파이는 우리가 키워나가는 것이고 우리 모두 잘해야 한다. 그래야 자문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생긴다. 어디와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사실 우리나라 펀드시장 갈 길이 멀다. 헤지펀드 등 상품도 다양해져야 하고 소비자들이 자기 스타일에 맞는 운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운용사도 많아져야 한다.

이=최근 감독당국이 부적절한 자문사나 자문형랩 수수료를 규제하겠다고 하고 있다.

박=과거 뮤추얼펀드를 보면 승자독식 현상이 일어났는데 감독당국도 이 부분을 우려하는 것 같다. 감독당국의 규제는 일정부분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 규제가 시장 논리에 맞게 시행될 수도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적으로 같이 발전해나가는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규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아마 감독당국으로서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선량한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됐을 것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을 것이다. 자문사들이 예전에 운용사에 있었던 이들이 설립한 곳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면 이 같은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문사의 성장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규제의 여지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아직 규제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가.

박=자문사 시장이 열린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됐다. 규제는 시장 규모가 커지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시행착오 단계라고 봐야 한다. 서로 절충해서 발전해 나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김=감독당국도 자문사 시장이 커지길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는 단계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 속도조절을 원할 것이다. 규제도 거기에 맞춰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요즘 채권 전문 자문사 등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는 자문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생각은.

김=상당히 긍정적 발전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는 많아진 것이다. 프라이빗뱅커(PB) 입장에서 봐도 여러 상품을 갖고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골라 줄 수 있다.

박=우리는 주식에 투자하는 자문사지만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문사도 있고, 영화에 투자하는 운용사도 있다. 계속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헤지펀드 규제완화는 의미… 소비자 선택권 확대"

▲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
이=감독당국이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 등 새 금융상품을 허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를 풀어주는 것인데, 자문사들에겐 어떤 기회가 될 것으로 보나.

김=헤지펀드 규제를 푸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오르건 내리건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생기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니즈가 있으면, 이를 맞춰줄 수 있는 자문사나 운용사가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박=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를 때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자문사는 과거에 운용됐던 뮤추얼펀드와는 종목 수나 포트폴리오 구성 등에서 조금 다르다. 헤지펀드는 그와는 또 다른 상품이라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다만, 먼저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같이 발전할 수 있다. 헤지펀드가 결코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상품은 아니다.

이=전 세계가 긴축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반면 유럽 재정위기, 중동·북아프리카(MENA)지역 정정불안, 일본 지진과 같이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 전망은.

김=MENA나 일본 대지진 등에도 신흥시장은 제법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고 선진국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돈은 많이 풀린 상태고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자산의 가치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태다. 다만, 세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추세인데 부채가 상당한 상황에서 금리가 절대적인 임계치를 넘어서면 시장도 망가질 수 있다. 그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가 문제인데 2년 정도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박=MENA나 일본 지진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지진 수혜는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증시는 오른다. 물론 속도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증시가 최근 2~3년 동안 올랐던 가장 큰 이유가 유동성인데, 일단 방향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시장은 충격을 받겠지만 잘 극복하면 그 이후에 큰 장이 올 것이다.

이=올해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자산배분을 하라고 조언하는가.

김=주식을 많이 담길 추천한다. 커머더티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상품에 주목하길 바란다. 절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나 채권 수익률을 초과달성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은행 예금에 넣어두거나 채권을 사는 것보다 낫다.

박= 주식, 예금, 부동산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3:3:3의 비율로 배분하길 권한다.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도 중요하지만 직접 투자할 것이냐, 어떤 성향의 펀드에 가입할 것이냐도 중요하다. 본인들의 성향에 맞춰 고른다면 30% 정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올 한해 회사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김=올해 첫 번째 목표는 회사를 세운 뜻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엔 막연히 2년 정도 굶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시장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1년만 배 고프면 기반을 충분히 만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는 헤지펀드 등 앞으로 열릴 시장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박=앞으로도 피델리티의 앤서니 볼튼 같은 매니저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1~2년 사이에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수익률을 만드는 것이다. 한해는 아주 좋았다가 한해는 안 좋으면 고객이 불안해 한다. 시장이 강할 때에는 수익많이 내고 시장이 약할 때에는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를 해서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자문사를 만들 것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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