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작년 국내 가전업체 A社의 3D TV를 구입한 김 모씨는 최근 매장에 전시된 카탈로그를 보고 혼란스러워졌다.
당시 좋다는 설명을 듣고 구입한 3D TV가 올해 최신 카탈로그에는 `어지럽다, 눈이 피로한 방식`이라는 설명이 붙어서 나와 있었기 때문. 다른 회사가 아닌 A사의 카탈로그였다. "좋다고 할 땐 언제고"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작년 김 씨는 여러 3D TV를 비교하다 A사 제품을 고르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사용 중인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이 주로 A사 것인데, 제품 성능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경험치도 작용했다.
매장을 방문한 그는 3D TV 설명을 들으며 `액티브`, `패시브` 등 어려운 용어를 접했다. 액티브와 패시브는 3D를 구현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용어.
3D 영상 구현 기술은 3D 안경을 쓰느냐 여부에 따라 안경식과 무안경식 방식으로 나뉘고, 안경식은 다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영상을 분리하는 방법에 따라 패시브(편광안경 )방식과 액티브(셔터글라스)방식으로 구분된다.
패시브 방식은 왼쪽 안경이 수평 빛, 오른쪽 안경이 수직 빛을 받아들여 입체감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액티브 방식은 60분의 1초 이상 짧은 순간에 액정이 좌-우를 번갈아 가며 빛을 차단,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정보를 전달함으로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신이 선택하려는 제품이 `액티브 방식에 리얼 240Hz 패널을 사용해 화질도 좋고 3D 구현 효과도 좋다`는 설명을 들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거금 200만원 가까이 들여 구입한 데다, 3D 기능에 만족하며 사용해왔다. 화질도 예전 사용하던 제품보다 좋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최근 A사가 내놓은 2월호 제품 소개 카탈로그를 본 김씨는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작년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해서 잘 쓰고 있는 액티브 방식 3D TV에 대한 단점이 신제품에 죽 소개돼 있었기 때문.
A사가 새롭게 내놓은 신제품 TV는 차세대 3D라며 패시브 방식을 채택했다. 카탈로그에 액티브와 패시브 방식이 직접 표현돼 있지는 않고, 기존 안경방식 3D와 신제품 3D 방식으로 비교돼 있지만, 내용을 보면 액티브 방식의 단점을 지적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델이 한 쪽 눈을 가린 포즈를 취하면서, `한쪽 눈이 번갈아 감기면서 보는 3D 방식`이라고 표시돼 있는 것. 카탈로그에는 이 방식이 두통과 어지럼증을 쉽게 유발하고, 어두워서 눈이 피로하다, 누워서 보면 안경 신호가 꺼지고 정자세로만 봐야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카탈로그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한 3D 입체영상`이라해서 믿고 산 3D TV가 불과 몇 달만에 `눈이 피로하다`, `어지럽다`는 부정적 내용으로 소개되면 업체 말을 듣고 액티브 방식 TV를 구입한 소비자는 뭐가 되느냐는 게 김씨의 지적.
"기왕이면 이 방식도 좋고, 새로 나온 방식은 이런 면에서 더 우수하다며 홍보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저처럼 작년에 물건을 산 사람들이 이런 내용의 카탈로그를 보면 뭐라고 할 지.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