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금융 사외이사 비리혐의 확인

정영효 기자I 2009.12.25 11:19:56

IT시스템 계약 과정 영향력 행사 등
1월 종합검사에서 계좌추적 검토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금융감독원이 일부 KB금융(105560)지주 사외이사들의 비리 혐의를 확인했다.

2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1월로 예정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앞서 지난 16~23일 실시한 사전 검사를 통해 일부 사외이사들이 부적절한 권한을 행사했음을 발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의 정보통신(IT) 시스템 유지 및 보수 계약을 따내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다른 사외이사는 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을 컨설팅회사가 권고한 회사 대신 다른 업체로 변경하는데 관여한 혐의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이 같은 비리는 지난 2월 처음 포착됐다. 관련기사 ☞ 2009.02.05 09:32 (단독)금감원, 3개 금융지주사 사외이사制 특검

당시 KB지주는 해당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임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자체 개선안을 마련했다. 관련기사 ☞ 2009.03.05 11:34 금융지주 기업인 사외이사 논란 일단락

그러나 금감원이 이들 사외이사의 비리혐의를 확인함에 따라 내년 1월 종합검사에서 다시 한 번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이 부적절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계좌추적권을 발동하거나 사외이사를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의 강도 높은 사전 검사는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을 내년 3월 주총으로 연기하라는 감독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회장 선임 전 사외이사들의 연임 규정이 바뀐 경위, 지주회장 후보자에게 자회사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KB금융에 대한 검사가 강 회장 내정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어 금융당국이 차기회장을 끌어내리려할 경우 관치금융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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