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미국 정부의 `전례없는` 고강도 대책이 쏟아지면서 뉴욕 주식시장이 이틀째 폭등세를 이어갔다. 이틀간 상승폭은 38년만에 최대 수준에 이른다.
전날 흘러나온 부실채권 매입기구 설립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수 천억 달러의 세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799개 금융주 공매도 금지, 머니마켓펀드(MMF) 원금 보장, 은행권 대출 확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 매입 등 가능한 조치들을 모두 내놨다. 각개 전투에 지친 미국 정부가 융단 폭격을 퍼부은 것이다.
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개장과 함께 수직 상승한 다우 지수는 장중 내내 400포인트 안팎의 폭등세를 유지했다.
바닥에 떨어진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이번 금융위기가 `유동성 위기`라기 보다는 `신뢰의 위기`라는 분석으로 미뤄봤을 때 신뢰의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다.
도이체방크의 오웬 피츠패트릭 미국 주식 담당 팀장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X박스나 위 게임기를 소망하는 아이들처럼 시장은 정리신탁공사(RTC)를 원했고, 그 선물이 지금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있다"며 "시장이 원하던 바로 그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 조치도 단기간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랙록의 로버트 돌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에 만연해 있는 두려움을 몰아내고 신뢰를 회복시키고자 했다"며 "이는 단기간 투자심리를 부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IR 그룹의 코레이 리봇스키 이사는 "세계는 정부가 취한 조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고무됐고, 신뢰도 회복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들이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얽히고 설켜 있는 현 금융시장의 질병을 20년전 처방전으로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한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수 천억달러의 세금을 부실채권에 쏟아붓고도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버트 엘리 엘리앤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 기관에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털어버린다면 손실은 누구의 몫이 되겠느냐"며 "주택 과잉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위기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부실채권 매입기구 설립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불확실성 요인이다. 일단 선물을 받기 했지만 포장을 뜯어봐야 마음에 드는 선물인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리봇스키 이사는 "시장이 아직 바닥을 다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부실채권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때까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엘리엇 스파 애널리스트는 "주말동안 구체적인 내용이 전해지면서 월요일 증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