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월가는 사상 최악의 주택차압(foreclosure)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모기지 대책에 반색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등한 배경이다.
미국 주택경기침체의 근원지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가 향후 5년간 동결되고, 리파이낸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주택경기침체가 완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급등세를 보여온 변동금리 이자를 갚지 못해 눈덩이 처럼 불어난 주택차압건수는 주택경기침체 가속화의 주요 고리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주택차압은 곧 주택의 매물화를 의미하는 만큼 `수요-공급`이라는 경제원칙상 주택경기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 영향으로 주택가격 하락은 한층 가속화됐고 주택재고는 늘어만 갔다. 그리고 주택판매는 갈수록 위축돼 주택차압건수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집을 팔아 모기지를 갚을려고 해도 왠만해선 집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더나아가 이같이 광범위한 주택경기침체는 소비를 위축시켰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상품의 값어치를 떨어뜨려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졌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주택차압 사태가 작금의 미국 경제 곤경을 이끌었던 주요 요인중 하나였던 것이다. 미국 정부의 모기지 대책이 주택차압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때마침 이날 발표된 지난 3분기 주택차압비율은 전분기의 0.65%에서 0.78%로 상승, 2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모기지 연체비율도 5.59%(계절조정)로 지난 1986년 이래 21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주택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네시스 파트너스의 마이클 윌리엄스는 "모기지 금리가 동결되면 주택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시장의 매수 기회다"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주식시장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간은 "옳바른 방향으로 한발짝 전진했다"고 평가했다.
클라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해리 클라크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그동안 주식시장의 악재였다"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효약(silver bullet)`이 아니라는 폴슨 장관의 발언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
베이얼드의 주식 트레이딩 디렉터인 짐 헤릭은 "이번 조치가 희미한 빛의 희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의 존 스피넬로는 "주택시장에 약간의 긍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펀크 지젤의 리차드 보브는 "은행이 부실 대출을 회계장부에 그대로 놔두록 하는 것은 미국의 은행 규제 개념에서 위배되는 것"이라고 정책 자체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