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이 전례없이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 결과가 증시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업종별로는 막대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가 40년만에 가장 치열한 접전을 기록하면서 선거당일까지 당락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자 투자자들이 선거일인 7일에는 아예 관망세로 돌아서 선거결과를 보고나서 투자방향을 정하겠다는 모습을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대통령으로는 공화당의 부시후보가 당선되고, 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부시가 민주당의 고어후보에 비해 친대기업적인 만큼 부시후보의 당선이 뉴욕 증시의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데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 행정부를 견제해야만 정책기조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어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장 제약, 의료보험회사, 정유, 담배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톤 앤 맥카시 리서치의 투자전략가 조 리로는 "이번 선거결과는 현재의 견제상태(gridlock,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의 연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의회의 다수당이 박빙의 우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것 자체가 증시에 호재이며 선거이후 뉴욕 증시는 연말 상승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시스코의 향방이 큰 관심사였다. 전일 장마감후 기대보다 1센트 높은 수익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장외거래에서 시스코가 약세로 밀렸기 때문이다. 사실 시스코는 지난 수년간 매분기마다 기대보다 1센트 높은 수익을 발표하곤 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시스코가 합병과정에서의 회계 조작(나쁜 의미가 아닌)을 통해 수익을 기대치보다 조금 높게 내놓곤 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1센트 높은 수익을 내놓은 시스코는 어제 장외거래에 이어 오늘 오전장에서도 약세를 보였지만 오후들어 멋지게 반등에 성공했다. 시스코의 반등을 도운 것은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턴, 메릴린치 등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보고서였다.
하지만 시스코 자신은 주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대신 다른 통신장비 및 반도체가 타격을 받았다. 시스코의 재고문제때문였다.
또 오라클이 최근 매출부진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첨단기술주의 연말 랠 리가 어려워지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시스코의 실적이 나스닥 연말 랠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않았는데, 시스코때문에 나스닥의 주요 업종인 반도체, 통신장비 등이 약세로 밀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목요일에 실적을 발표할 델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델컴퓨터라도 좋은 실적을 내놓아 컴퓨터관련 주식들의 강세를 불러와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US뱅코프 파이퍼 제프리의 투자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연말 나스닥 랠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벨스키는 오늘 대선에 이어 15일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해 나스닥이 다시 큰 폭으로 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유통물량이 많은 대형 첨단기술주들을 중심으로 나스닥이 연말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