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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 갑자기 숨이 너무 차요”
얼마 전부터 시작된 호흡곤란은 빠르게 심해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앓아 온 병이 천천히 나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 환자의 심장에는 이미 서른 해 넘게 기계판막이 들어 있었다.
◇ 두 아이를 품게 한 첫 번째 판막
이야기는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자는 젊은 시절 류마티스 판막질환으로 승모판막이 심하게 손상되었다. 그때 환자는 아직 아이를 낳기 전이었다. 당시 의료진은 첫 번째 수술에서 승모판막을 조직판막으로 교체했다. 오래가는 판막보다는, 앞으로의 임신과 출산을 생각한 선택이었다.
인공판막에는 크게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이 있다. 기계판막은 매우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판막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생 와파린을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임신이다. 와파린은 태반을 통과해 태아의 기형이나 출혈,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기계판막을 가진 산모가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와파린을 마음대로 끊을 수도 없다. 항응고가 부족해지면 기계판막에 혈전이 생길 수 있고, 판막이 열리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태아를 보호하려다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고, 산모를 보호하는 치료가 태아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는 젊은 여성에게 판막치환술이 필요할 때는 장차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직판막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내구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을 지키는 선택이다.
환자는 그 조직판막으로 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조직판막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막이 아니다. 특히 젊은 사람에게 삽입된 조직판막은 시간이 지나면서 굳거나 찢어져 다시 좁아지거나 새기 쉽다. 두 아이를 출산한 뒤, 환자의 조직판막도 결국 제 기능을 잃었다.
환자는 두 번째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기계판막이었다. 한 장의 둥근 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열리고 닫히는 단엽 경사판막, 이른바 ‘single tilting-disc valve’였다. 당시 널리 사용되던 기계판막이었다.
그 판막은 서른 해를 견뎠다. 환자는 매일 와파린을 복용했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았다. 기계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나는 특유의 작은 금속음도 일상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아왔고, 두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었다.
◇ 서른 해를 버틴 판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장초음파를 보는 순간 호흡곤란의 이유가 보였다. 기계판막의 원판이 닳거나 부서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판막을 심장에 고정해 놓은 자리였다. 서른 해 전 판막을 꿰매었던 봉합 부위가 두 군데에서 떨어져 있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기계판막 전체가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판막은 닫혔지만 피는 판막 옆의 벌어진 틈으로 거꾸로 새고 있었다. 색도플러 화면에서 역류는 한 줄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를 ‘판막주위 누출’이라고 한다.
정상이라면 왼쪽 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야 할 피가 승모판막 주변의 틈을 통해 왼쪽 심방으로 되돌아갔다. 그 압력이 폐혈관으로 전달되면서 폐동맥압도 심하게 상승해 있었다.
경식도 심장초음파로 판막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심한 승모판막 주위 역류와 폐고혈압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문제는 승모판막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높아진 폐동맥압을 견디면서 오른쪽 심장에도 부담이 쌓였다. 우심실이 늘어나자 삼첨판막의 판엽 사이가 벌어졌고, 심한 삼첨판막역류가 생겨 있었다. 대동맥판막에도 중등도의 협착이 동반되어 있었다.
서른 해 전에는 하나의 판막에서 시작된 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삼첨판막, 폐혈관과 오른쪽 심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 판막의 문제가 아니라 심장 전체가 함께 기울고 있었다.
“지금 수술하셔야 합니다”
나는 수술을 권했다. 쉬운 권유가 아니었다. 환자에게는 세 번째 심장수술이었다. 이미 두 차례 수술을 받은 가슴을 다시 열어야 했고, 이번에는 세 판막을 동시에 다루어야 했다.
이전에 수술한 심장과 주변 조직은 서로 단단하게 붙어 있다. 다시 가슴을 여는 과정부터 출혈 위험이 커진다. 오래된 기계판막을 제거하고 새 판막을 넣어야 하며, 대동맥판막도 교체하고 삼첨판막도 고쳐야 했다.
폐동맥압은 높았고 오른쪽 심장은 이미 큰 부담을 받고 있었다. 수술 후 우심실부전이 생길 수 있었고, 뇌졸중이나 출혈, 신장기능 저하와 같은 합병증도 생각해야 했다. 회복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그 위험을 하나도 빼지 않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판막수술에는 시기가 있다. 우심실은 오랫동안 묵묵히 버티지만, 어느 순간 회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그 이후에는 원인이 된 판막을 성공적으로 고쳐도 오른쪽 심장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수술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기다리는 것이 항상 더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오늘의 위험을 피하려다, 몇 달 뒤에는 수술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환자처럼 짧은 기간에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판막주위 누출과 폐고혈압이 함께 나타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잔료실에서 가장 어려운 설명은 수술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더라도 지금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병원을 돌던 시간
환자는 딸과 함께 여러 병원을 다녔다. 딸은 어머니를 극진히 아꼈다. 우리 병원의 설명을 듣고 다른 병원의 의견을 들었으며, 다시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세 번째 심장수술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술 후 우심실부전과 뇌졸중 가능성까지 들은 가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나 역시 다른 병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위험 수술일수록 환자와 가족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한 뒤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의사도 사람이어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 환자가 다시 다른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인지, 우리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서운함보다 조바심이 더 컸다. 나는 이 환자의 심장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고 있었다. 병원을 한 곳씩 더 찾아다니는 시간이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판막은 계속 새고 있었고, 폐동맥압은 높았으며, 오른쪽 심장은 그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환자가 큰 병원을 찾는 이유도 이해한다. 환자에게 병원의 규모와 이름은 의료진의 경험과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눈에 보이는 기준이다. 대학병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세 번째 개흉수술과 다판막 수술처럼 복잡한 치료에서는 병원의 이름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고위험 판막 재수술을 경험한 심장외과와 심장내과, 심장영상 전문의, 마취과와 중환자실 의료진이 한 환자를 두고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이다. 복잡한 판막질환에서 다학제 심장팀과 전문 판막센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병원에도 오랫동안 심장만 바라보며 진료해 온 전문의들이 있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수술 후 우심실과 폐동맥압을 관리하는 과정까지 함께 책임질 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환자에게 믿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신뢰는 병원의 이름만으로 얻는 것도 아니고, 의사가 달라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설명하고, 어려운 질문을 피하지 않고, 결정의 결과를 끝까지 함께 책임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돌이켜 보면 딸이 여러 병원을 찾아간 것은 우리를 믿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혹시 더 안전한 방법은 없는지, 다른 선택을 했다가 평생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시간은 불신의 시간이 아니라,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은 딸이 확신을 찾아다닌 시간에 가까웠다.
◇ 세 번째로 열린 심장
환자와 딸은 결국 우리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 번째 심장수술을 받았다.
수술에서는 서른 해 동안 사용한 기계승모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기계판막으로 다시 교체했다. 중등도의 협착이 있던 대동맥판막도 기계판막으로 바꾸었다. 심하게 벌어져 있던 삼첨판막은 인공판막으로 교체하지 않고, 환자 자신의 판막을 살린 채 모양과 크기를 바로잡는 성형술을 시행했다.
정리하면 재승모판막치환술과 대동맥판막치환술은 기계판막으로, 삼첨판막은 성형술로 치료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환자는 눈을 떴다. 의식은 또렷했다. 우려했던 큰 고비를 넘겼고, 지금은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병실에서 회복하고 있다. 아직 치료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높은 압력을 견딘 오른쪽 심장이 얼마나 회복하는지 살펴야 하고, 두 개의 기계판막을 위한 와파린 치료도 다시 안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크고 위험한 첫 번째 고비는 넘어섰다. 회진을 갈 때마다 딸이 침대 곁에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오늘은 어제보다 숨이 편해졌는지를 의료진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환자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진료실에서 만난 예순한 살의 고위험 판막 재수술 환자가 아니라, 서른 해도 더 전에 아이를 낳기 위해 오래가는 기계판막 대신 조직판막을 선택했던 젊은 여자로 보였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태어난 딸이 이제 어머니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는 젊은 날 두 아이를 위해 판막을 선택했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가 어머니를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고, 수술을 고민하고, 마침내 침대 곁에서 손을 잡고 있었다. 환자와 딸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수술을 준비하고 환자를 지켜보았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말로 확인한 적은 없다. 다만 여러 병원을 돌아본 뒤 그들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 대답이었을 것이다.
첫 번째 조직판막은 환자에게 두 아이를 품고 낳을 시간을 주었다.
두 번째 기계판막은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서른 해 동안 어머니의 심장을 지켜주었다.
세 번째 수술에서는 두 개의 새로운 기계판막과 다시 모양을 바로잡은 삼첨판막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판막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심장이 지켜온 것은 늘 같은 가족이었다. 이제 이 심장이 어머니와 딸에게 또 다른 긴 시간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 조금 더 알아보기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판막질환의 핵심
① 류마티스 판막질환이란
류마티스 판막질환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판막이 닳는 병이 아니다. 주로 어린 시절 A군 연쇄구균에 의한 인두염을 앓은 뒤, 세균을 공격하던 면역반응이 자신의 심장 조직까지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급성 류마티스열이 지나간 뒤에도 판막에는 염증과 흉터가 남는다. 이후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판막이 두꺼워지고 서로 달라붙어 좁아지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거꾸로 새게 된다.
가장 흔히 손상되는 판막은 승모판막이다. 류마티스성 병변이 대동맥판막까지 함께 침범하기도 하며, 오랜 승모판질환과 폐고혈압은 오른쪽 심장을 늘어나게 해 이차적인 삼첨판막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한 판막에서 시작된 질환이 시간이 흐르며 여러 판막과 양쪽 심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② 조직판막과 기계판막, 그리고 임신
기계판막은 내구성이 매우 길지만 혈전 예방을 위해 평생 와파린을 복용해야 한다. 조직판막은 대개 평생 항응고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석회화되거나 찢어져 다시 수술해야 할 수 있으며 젊은 환자일수록 퇴행이 빠른 경향이 있다.
임신 중 와파린은 태반을 통과하므로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 반면 헤파린 계열 약물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지만, 기계판막 산모에서 항응고 효과가 불충분하면 판막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계판막을 가진 여성의 임신은 단순히 “와파린을 끊고 다른 약으로 바꾸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와파린 용량, 임신 시기, 판막의 종류와 위치, 산모의 혈전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임신 전부터 심장내과와 고위험 산과가 협력해 항응고 계획을 세워야 하며, 임신을 계획하는 젊은 여성에게 판막 성형이나 조직판막을 우선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③ 판막주위 누출과 삼첨판막
기계판막은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판막을 심장에 고정한 봉합 부위와 주변 조직은 세월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다. 봉합 부위가 벌어지면 판막과 심장 사이의 틈으로 피가 새는 ‘판막주위 누출’이 생긴다.
누출이 심하면 호흡곤란과 심부전을 일으키고, 좁은 틈을 빠르게 통과하는 과정에서 적혈구가 손상되어 용혈성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초음파에서 판막 전체가 심장 박동에 맞추어 흔들리는 모습은 봉합 부위가 상당 부분 떨어졌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소견이다.
왼쪽 심장의 판막질환이 오래 지속되면 폐동맥압이 상승하고 그 부담이 오른쪽 심장으로 넘어간다. 우심실과 삼첨판륜이 늘어나면 정상적인 삼첨판막도 서로 맞닿지 못해 심한 역류가 생길 수 있다.
삼첨판막은 가능하다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기보다 환자 자신의 판막을 보존하면서 늘어난 판막륜을 줄여주는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환자도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은 기계판막으로 교체했지만, 삼첨판막은 자신의 판막을 살려 성형했다.
◇ 기억해야 할 점
인공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진료와 심장초음파가 필요하다. 새로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거나, 이전과 다른 심계항진이 생기면 다음 예약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조기에 평가받아야 한다.
![[심부전과 살아가기] 두 아이를 품게 한 판막, 서른 해를 버틴 심장](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160002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