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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감국가' 지정으로 드러난 대미외교 불안

논설 위원I 2025.03.17 05:00:00
미국 정부가 올해 초에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을 처음으로 추가한 사실이 두 달이나 넘은 지난 10일 이후 언론 보도로 국내에 알려졌다. SCL 관리 당국인 미국 에너지부(DOE)는 국내 언론 문의에 대한 회답을 통해 14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안보와 전략기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 사이에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언론 보도 이후에야 부랴부랴 배경과 경위 파악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부는 경제 안보,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 대응, 테러지원 차단 등과 관련한 정책상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나라를 SCL에 올려놓고 ‘민감국가’로 관리한다. 실무적으로는 에너지부 산하 정보방첩국이 국가핵안보청(NNSA)을 비롯한 10여 개 안보·정보기구와 협의해 이 목록을 매년 수정한다. 민감국가는 3단계로 분류된다. 높은 단계부터 ‘테러지원 국가’에 북한·이란 등, ‘위험국가’에 중국·러시아 등이 각각 포함됐고, 한국은 대만 등과 함께 그다음 ‘기타 지정국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 지정국가는 민감국가 가운데 최하위 단계로 테러지원 국가나 위험국가만큼 엄격한 제재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안보 분야는 물론이고 에너지와 인공지능(AI)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도 상호 방문이나 협력을 하는 데 “사전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에너지부는 밝혔다. 사업이나 연구 목적의 정보 교류, 미국 측 장비·시스템 이용에 에너지부의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 동맹 관계에 무시할 수 없는 틈새가 생길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에서 고조되는 자체 핵무장론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거듭 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정치인들이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는 것을 미국이 예의주시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체 핵무장을 당장의 현실적 선택지로 여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SCL은 다음 달 15일부터 발효된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용 외교력을 총동원해 한국을 제외하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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