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일괄공제 5억원을 8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10억원으로 각각 높이는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주 아예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호응했다.
여야가 상속세법 개정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상속세는 2000년 최고세율을 50%로 높인 뒤 25년째 손을 보지 않았다. 그간의 경제 성장과 개인 재산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한번 크게 바꿀 때가 됐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최고세율 인하(50→40%)를 담은 상속세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안은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최고세율도 낮추길 바란다. 현행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높다. 최대 주주 할증(20%)을 적용하면 세율은 60%로 뛴다. 징벌적 세율은 기업 승계의 최대 걸림돌이다.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을 팔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는 게 그 증거다. 사모펀드의 표적이 될 위험도 다분하다. 이러면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말할 수 있나. 기업은 국부를 키우는 주역이다. 지난달 20일 재계가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30%까지 내리고,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폐지해달라고 건의한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최고세율 인하가 빠진 상속세법 개정은 생색내기용 반쪽짜리다. 이재명 대표는 기업주도 성장론을 누누이 강조했다. 최고세율 인하는 말을 행동으로 옮길 기회다. 중산층 세금 경감만 내세우고 기업 고통을 외면한다면 포퓰리즘과 다를 게 없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69%로 나타났다. 가업 승계자들이 회사를 팔지 않고 계속 경영할 수 있도록 정치가 길을 터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