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에도 잘 익는 사과 등…기후변화 강한 신품종 매년 18종 개발할 것"

김은비 기자I 2024.12.23 05:00:00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인터뷰
디지털 육종 도입…품종개발에 선진 기술 적용
기상청보다 정교하게 농장 단위로 기상정보 예측
2027년까지 주요 8개 밭작물 전과정 기계 개발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이상기후가 농작물의 가격을 끌어 올리는 ‘기후플레이션’이 심화하며 지난 7월 취임한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수급 불안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며 농진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겨울 제철 과일인 딸기와 귤만 해도 이상기후에 가격이 ‘금(金)값’이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을까지 지속한 무더위에 딸기 모종 등이 죽어 재배가 늦어진 탓이다. 수많은 딸기 농가가 올해 딸기 재배를 포기하며 관련 농가의 시름도 깊다.

권 청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 등에 대비할 카드로 우선 ‘품종개량’을 손꼽고 있다. 지난 7월 취임 직후 폭염과 폭우 등 피해 현장을 하루에도 3~4차례씩 찾아다니며 농진청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온 권 청장은 “혹한, 폭염과 같은 급격한 기상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연구 등으로 기후변화 위기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만난 권 청장은 앞으로 매년 18종 내외의 기후변화 적응형 품종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온과 저온, 일조량 부족 때 늘어나는 병해충에 더 잘 견딜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온에서 당도가 높게 잘 익는 노란 사과 품종인 ‘골든볼’이나 침수에도 강한 콩 ‘장풍’ 등이 대표적이다.

권 청장은 30여 년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해온 농정 전문가다. 특히 직전 농업혁신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사과·벼 등 농작물 피해 현장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현실을 피부로 느낀 터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농업재해보험 확대에 앞장서고 역대 최대의 K푸드 수출 성과를 거두는 등 농식품 분야에서의 거둔 성과가 있어 현장의 고민을 담은 정책이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크다.

품종 개발을 효율적으로 빨리 추진하기 위해 권 청장은 디지털 육종 전면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품종개발 전 과정에 유전학적 선진 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육종플랫폼’을 통해 육종 정보를 디지털화해 학계와 산업계가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 청장은 “전체적으로 국가 종자 산업의 수준이 높아지고, 육종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권 청장은 농가 단위로 기상재해 정보와 대응 방법을 빠르고 정교하게 알려주는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밭농업 기계화 사업에도 속도를 낼 전략이다.

농촌 고령화로 농사를 지을 일손 부족이 심각함에도 밭농사 기계화율은 67%에 불과해 밭농업 기계화 사업은 권 청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제 중 하나다. 이에 권 청장은 2027년까지 주요 8개 밭작물 생산 전 과정에 필요한 기계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양파, 마늘 등 7개 기종의 농기계를 우선 개발한다.

권 청장은 “창녕의 1만 3000평 규모 마늘 농사 현장에 가보니 연간 인건비가 6000만원이었다가 기계화 후엔 인건비에 기계 임차비를 더해도 비용이 1200만원에 그쳤다더라”며 “경제성 있는 농기계의 개발과 함께 시군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보급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와의 기술 융복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농협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인공지능(AI), 물리, 위성, 로봇 등 기술력이 뛰어난 분야는 그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민·관 협업전략팀’을 신설했다.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성과를 냈을 때 승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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