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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댄서 꿈꾸는 아이들.."그 꿈, 장목예중에서 키워가요"

신하영 기자I 2024.11.04 05:20:00

■시골학교의 반란 시즌2 ④경남 거제 장목예중
3년 전 입학생 8명에 그치며 폐교 위기 맞아
철저한 수요조사로 ‘실용음악’ 특성화중 변모
2년 만에 입학생 3.7배…입학경쟁률 3:1 넘어

대한민국 지방 마을들이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에 처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 중 85곳이 이에 해당됩니다.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해 학교를 살리고 있는 현장을 총 8회에 걸쳐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장목예중 학생들이 지난해 4월 열린 교내 런치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장목예중)
[거제(경남)=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입학자원 자체가 적다는 점부터 극복해야 했다.” 2021년 장목예술중학교에 부임한 박상욱 교장은 부임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장목예중은 1953년 개교한 유서 깊은 학교로 한때 전교생이 8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거제 지역 학령인구 감소로 박 교장이 부임할 당시에는 입학생이 8명에 그치면서 폐교 위기를 맞았다.

◇철저한 수요조사로 예술중으로 변모

당시 장목예중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장목초등학교 졸업생들이었다. 지난달 장목예종에서 만난 박 교장은 “2021년 장목초 6학년생이 6명, 5학년생이 5명에 불과했다”며 “입학자원 자체가 적기에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교 위기를 겪었던 장목예중은 2년 만에 입학생 수를 8명에서 30명으로 3.7배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교육부로부터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도 선정됐다. 장목예중의 위기 극복 비결은 철저한 수요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장목예중은 2021년 거제시 내 초등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의사(14.81%)·교사(12.96%) 못지않게 아이돌·엔터테이너(10%)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튜버·크리에이터(11.85%)까지 합하면 단연 의사·교사를 압도했다.

장목예중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남교육청에 예술교육 특성화중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이후 특성화중학교로 지정되면서 2023년 교명을 기존 ‘장목중학교’에서 ‘장목예술중학교’으로 변경했다. 실용음악(K-POP) 교육에 특화된 지역 유일의 특성화중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장목예중은 장목면을 벗어나 입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경남교육청에 광역학구제를 요청한 것이다. 경남교육청도 마침 도내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을 펴고 있어 2022년 광역학구제를 도입하게 됐다. 이는 학생들이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인근 다른 학구 내 소규모 학교로 입학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로써 장목예중은 거제시 전역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실용음악 공부하고 싶어 원거리 통학”

1학년인 김은채 양은 광역학구제 시행 이후 장목예중에 입학한 학생이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30~40분이 걸리지만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장목예중을 선택했다. 장목예중은 전체 수업의 20%를 실용음악 교육으로 편성하고 있다. 김 양은 “집이 거제시 상동동이라 매일 스쿨버스로 통학하고 있다”면서도 “장래희망이 가수이기 때문에 제 꿈을 실현해줄 학교는 장목예중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지연(가명·40) 씨는 1학년 딸아이를 장목예중에 보내기 위해 아예 거처를 부산에서 거제로 옮겼다. 김 씨는 “아이가 K-POP 댄서가 되고 싶어 하는데 관련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장목예중 뿐”이라며 “학교생활 중 공연에 참여할 기회도 많고 특히 실용음악 수업에서는 연주, 작곡, 편곡 등 실습을 통해 음악적 역량을 키울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장목예중은 지난해 신입생 정원 30명을 모두 충원했다. 전교생 수는 2022년 43명에서 지난해 63명, 올해는 70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입학생들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장목예중에 들어온 학생들이다. 박 교장은 “경기도에서 가족 전체가 이사 온 학생도 있다”고 했다.

장목예중 학생들이 지난 9월 하교 후 교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장목예중)
◇영어교육으로 동기부여 성과

폐교 위기에서 입학경쟁률 3대 1을 기록한 배경에는 영어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장목예중은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영어교육을 강화했다. 학교 인근에는 이렇다 할 학원이 없기에 교내에 스터디카페를 만들어 하교 후 영어 공부에 매진하도록 독려했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 영어교육센터와 연계해 말하기 위주의 원격수업도 도입했다.

성과는 1년여 만에 나타났다. 당시 1학년이던 윤나현 양이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IYF) 주최로 2022년 11월 열린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윤 양은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장목예중은 앞서 같은 해 6월 열린 ‘옵티미스트 코리아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장목예중 학생들은 입학 후 3년이면 누구나 ‘1인 1악기’를 섭렵하게 된다. 또 보컬·댄스·밴드 등 관심 있는 곳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 막연히 음악이 좋아 입학한 학생도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적성·진로를 발견하게 된다. 재학 중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점도 장목예중의 장점이다. 장목예중은 올해에만 △경남교육청·스웨덴나카교육청 국제교류 환영 공연 △거제시 청소년 문화축제 장목예술 밴드 공연 △장목예중 교내 런치 콘서트 △경남 청소년 국제교류단 환영 문화공연 등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 3월 5일부터 9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뷰티&문화(Trentips Beauty & Culture event)’ 행사에 초청을 받아 보컬·댄스 공연도 펼쳤다. 박상욱 교장은 “국제무대 참여를 확대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제고하는 게 향후 목표”라고 했다.

장목예중 학생들이 지난해 4월 ‘장목 역사 소개하기’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장목예중)
박 교장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시골 학교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근에 학원이 없는 시골 학교야말로 예산을 투입하면 곧바로 사교육 경감 효과가 나오는 곳”이라며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댄스·보컬·랩·작곡 등)에서 전문 교원에게 교육받을 수 있게 된다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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