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2024]“지역소멸·인력난 비상…출산지원책, 저소득층에 집중해야"

김미영 기자I 2024.04.29 05:01:00

[3]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관료·정치인, 인구감소 문제에 ‘절실함’ 없어”
“인구감소 속도 늦추기 위한 대응 필요”
“소득 1분위 출산율, 4분위의 절반…지원 더 늘려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2022년 24만명 수준인 한해 출생아 수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 인구감소가 생존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고통과 비용이 너무 커집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이 심각단계에 들어섰음에도 정부와 국회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절실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속도의 완화’라는 현실적 목표를 세우고 인구감소 피해 대응책과 출산지원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교수(사진=방인권 기자)
이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인구감소를 국가의 문제로 여길 뿐 ‘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감소 대응이 모든 국민에 혜택이 가는 정책이 아닌데다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도 않기 때문에 해결 의지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는 사이, 인구감소의 여파는 이미 사회 곳곳에 번지고 있다. 합계출산율 하락에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보육시설과 초등학교가 문을 닫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교수는 “인력부족 문제도 이미 진행 중”이라며 “우리 동네 마을버스는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 편수를 줄였고, 어머니는 지난 2년간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10~20년 내에 음식업, 숙박업, 운송업, 돌봄서비스 분야 등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난의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건 이민 확대다. 이 교수는 “향후 특정분야 일자리엔 내국인력을 뽑아쓰기 어렵고 3D 업종 외 숙련도 높은 업무에도 외국인 인력이 필요해진다”며 “외국인력을 원하는 인구감소국이 한국만이 아니기 때문에 우수인력은 잠깐 쓰고 말 게 아니라 영주를 허락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인력부족을 외국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타격을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방의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 병역자원 감소 대응 등도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곳은 의료·보육취약지역이 돼 인구감소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공공영역에서 인프라 붕괴를 빨리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2030년대 중반부턴 ‘50만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모병제를 일부 도입하든, 기계화·자동화하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보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중장기적인 과제로는 교육·노동개혁을 언급, “학교에선 학문간 벽을 없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노동시장에선 경직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출산지원책은 저소득층의 출산율 반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소득 1분위의 출산율은 4분위의 절반 밖에 안 된다”며 “저소득층의 출산율을 올리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하위 20%가 속한 소득 1분위는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출산율 하락폭도 가장 큰 집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소득 1분위의 출산율은 2010년 2.72에서 2019년 1.34로 반토막 났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보니 현금지원, 보육지원 모두 중상위층인 소득 4분위에서만 효과가 나타났다”며 “저소득층엔 지금보다 더 파격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원을 늘려야 행동을 바꾸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6명대에서 내년에 2.1명으로 오른다해도 우리나라 인구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인구감소의 속도는 완화할 수 있다. 속도를 완화해야 인구감소가 야기할 여러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희 교수는 …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시카고대 인구경제학 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햄튼)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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