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에 편두통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편두통 환자가 비슷한 대조군에 비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처럼 어지럼증은 편두통의 흔한 증상이며 연관성을 입증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됐다.
먼저 편두통은 일상생활 또는 업무에 불편한 두통과 위장관 증상을 동반한 것을 의미한다. 이름만 보면 머리의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머리 양쪽이 아픈 양측성 두통, 뒷머리만 아픈 다양한 양상의 두통이 나타나며 증상이 한 사람에서도 매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욱신거리는 맥박치는 듯한 양상의 박동성 두통이 발생하고 두통이나 어지럼증과 함께 소화불량,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체하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잘못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증상이 발생하면 빛, 소리, 냄새 등에 예민해지고 10명에 2명 정도의 환자는 섬광이나 시야장애, 감각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편두통 환자의 40~60%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직접적으로 어지럼증과 관련된 편두통을 전정편두통이라고 하며, 어지럼증으로 인해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약 20~30%가 전정편두통으로 재발성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전정편두통은 여성에게서 1.5~5배 정도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편두통 유병률이 여성에게서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전정편두통은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어지럼증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편두통의 진단기준에 합당한 두통을 과거 또는 현재에 앓고 있으면서, 반복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전정편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형적으로는 편두통 발작과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두통이 나타나지 않고 메스꺼움과 구토가 주된 증상인 경우도 많다. 어지럼증의 양상과 지속시간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정편두통 환자가 겪는 어지럼증 증상도 다양하다. 주변이 도는 자발성 현훈(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증, 자세를 바꾸면 생기는 체위성 현훈증, 걸을 때 발생하는 자세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 환자에게서도 이런 양상이 매번 다르게 발생하기도 한다.
전정편두통은 질환 자체로 다양한 어지럼증이 동반되지만 직접적인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 외에도 메니에르병, 이석증, 기립성 어지럼증, 심인성 어지럼증, 약물 복용으로 인한 어지럼증 등 다양한 어지럼증이 같이 발생할 수 있어 증상이 반복될 때 정확한 감별 진단이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전정편두통은 노년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전정편두통이 있었던 환자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두통과 어지럼증이 반복되기도 하며, 두통 없이 어지럼증만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노년기에는 수면장애나 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위험 요인으로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정편두통 치료는 편두통 예방치료에 의해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트레스, 수면과다 또는 부족, 공복, 추위, 생리, 특정 음식 등이 유발요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편두통 발작을 일으켰던 음식을 피하고 두통 일기를 쓰며 개인의 유발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진료부원장은 “반복적인 두통과 어지럼증의 주 원인 중 하나인 전정편두통은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악화되며 가족력, 일부 음식은 중요한 유발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두통과 어지럼증을 기록하는 일기는 증상의 유발요인과 치료 경과를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증상이 생기면 3-4일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 수면부족, 생리, 음식, 스트레스 등 유발요인을 잘 따져 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진료부원장은 “전정편두통은 뇌혈관질환 등 기질적 요인이 없어야 진단할 수 있으므로 원인이 될만한 다른 질환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며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경우 유발요인의 조절과 약물 요법으로 반복적인 두통과 어지럼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보톡스 주사 및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표적 예방 치료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