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여야 간 정쟁 탓에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이 3년째 지켜지지 않은 데 이어 그제까지인 정기국회 회기도 넘겼다. 여야는 오늘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예산안을 볼모로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자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가운영과 민생의 기반이 되는 예산안의 야당 단독 처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은 결국 정부의 정책과 행정을 통해 집행되는 것이어서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맞춰져야 효율적이다. 야당의 단독 처리 방침이 정부의 증액 동의권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정부 역점사업 예산을 줄이는 대신 새만금 개발, 지역화폐 지원 등과 관련된 예산을 임의로 신설하거나 증액하려고 하지만 그러려면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에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거나 각항 금액을 늘릴 수 없다고 헌법에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야당의 수정 예산안 강행과 정부의 증액 동의권 행사로 임시국회에서도 예산안 처리가 마냥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쌍특검(대장동 50억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등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에서 여야 충돌이 되풀이되면 예산안 심의는 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야가 임시국회 본회의를 이달 20일과 28일, 다음달 9일 등 3번 열기로 한 만큼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다가 자칫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항목 신설과 증액 없이 감액만 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파행 예산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야는 정쟁 속에서도 예산안을 다른 의안들에 앞서 최우선으로 심의해 합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는 것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덜어주는 길이다.